홈플러스, 분할매각이냐 통매각이냐…테스코, 가격 놓고 저울질

홈플러스 1호점인 대구점

홈플러스, 본 입찰 참여 사모펀드들 7조원 이상 써낸 것으로 추정
최근 올라간 환율에 테스코 가격 더 높이기 위해 재경쟁 진행하고 있다는 설 제기
이 과정에서 분할매각도 점쳐져

[아시아경제 이초희 기자, 김소연 기자]국내 대형마트 2위 홈플러스에 대한 매각작업이 진행 중인 가운데 모기업인 영국 테스코가 홈플러스 분할 매각을 타진 중으로 알려졌다. 이를 놓고 테스코가 가격을 끌어올리기 위한 여론 작업에 들어간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레 제기되고 있다.

지난 24일 본 입찰에 참여한 사모펀드들이 7조원 정도의 가격을 써낸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최근 오른 환율을 감안해 테스코가 당초 목표가보다 더 높은 가격을 요구하고 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다음 달로 예정된 홈플러스 본 계약 체결이 예상보다 늦춰질 수 있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27일 "국내 업체 몇 곳이 테스코측으로부터 분할 매입 요청을 받았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테스코가 본 입찰을 통해 최종 인수가격이 포함된 제안서를 받고 검토하고 있는 가운데 별도로 쪼개 파는 방안도 동시 진행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본 입찰에는 MBK파트너스, 칼라일그룹,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 등 사모투자펀드(PE)가 참여했다. 이들은 각각 국민연금관리공단, 싱가포르투자청(GIC), 미국 대형 사모펀드인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와 손을 잡았다. 특히 국민연금으로 부터 1조원 투자를 받은 것으로 알려진 MBK파트너스는 유력후보로 점쳐진다.

이들 3곳이 써낸 최종 인수 가격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 본 입찰 적격 후보 선정 당시 커트라인이 6조7000억원이었던 만큼 7조원대 초반을 적어냈다는 추정만 나올 뿐이다. 7조원에서 최대 8조원을 바라고 있는 테스코가 최근 높아진 환율을 고려해 3곳에 가격 재경쟁을 진행하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올 4월 중순 1파운드당 1600원 선까지 떨어졌던 환율이 이번 주 들어 1880원대까지 치솟았기 때문이다. 원화로 많은 돈을 받더라도 파운드로 환산하면 테스코가 갖게 되는 돈은 줄어들게 된다.

이 과정에서 나오고 있는 설이 분할매각이다. 테스코가 가격 극대화를 위해 쪼개팔기라는 여론전을 택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분할 매각시 인수 후보자로 거론되고 있는 이마트, 롯데마트, 현대백화점, 오리온 등은 매입을 제시받지 않았다는 것이 공식입장이지만 시장에서는 분할 매각시 이들의 참여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오리온 관계자는 "분할 매입 요청을 받은 바 없다"면서도 "우리가 선제적으로 나서서 할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대기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해 홈플러스에 미련이 있음을 내비쳤다. 오리온은 이달 초 진행된 예비입찰에 참여했지만 탈락했다.

MBK파트너스 관계자는 "테스코와 매각 주관 금융사인 HSBC가 가격 경쟁을 다시 붙이는 경매 호가 입찰(프로그레시브 딜)을 통해 가격을 최대한 올리려고 할 것이라는 예측이 시장에서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 경우 본 입찰 직후 낙찰자가 바로 결정되는 일반 입찰보다 최종 결정까지 시간이 더 많이 걸릴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