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북구 길음2동 주민센터 공무견 기르미 다섯둥이 순산...주민들은 미역국 끓여오고 간식 챙겨주며 산후조리 지극정성
[아시아경제 박종일 기자] 서울 성북구 길음2동 주민들이 요즘 다섯둥이의 매력에 푹 빠졌다.
이 동네 명물인 전국 최초 공무견 '기르미'가 새끼 다섯 마리를 낳았기 때문이다.
기르미는 뉴타운 사업으로 철거가 한창인 길음2동에서 누군가 버린 유기견.
주민의 신고로 유기견센터로 이송되기 전 주민센터에 잠깐 들렀던 기르미는 특유의 넉살과 재롱으로 당시 길음2동장이었던 홍동석 동장(현재 성북구 행정지원과장)의 눈에 띄어 공무견으로 발탁됐다.
당시 홍 동장은 독거노인의 고독사를 막기 위해 하루에 한번씩 동네 순찰을 하고 있었는데 마땅하게 기르미를 맡길 곳이 없어 데리고 나갔다가 어르신들 마음을 한손에 휘어 잡는 녀석의 천부적 재능을 발견하게 된 것이다.
혼자 방문할 때와 기르미와 동행할 때 어르신들 반응이 달랐던 것.
평소 집에만 있던 어르신들이 일부러 기르미가 지나는 시간에 맞추어 골목에 나와 기르미에게 간식을 주거나 쓰다듬으며 웃음을 되찾은 것이다.
방과후 집 외에는 마땅히 갈 곳이 없던 아이들도, 민원서류를 발급 받을 때나 걸음 하던 주민들도 수시로 주민센터를 찾아와 기르미 안부를 묻고 어울렸다. 장기화된 뉴타운 사업으로 삭막했던 동네가 기르미로 인해 사람이 모이고 웃음이 넘쳤다.
이에 길음2동주민센터는 기르미를 '명예 공무견'으로 임명하고 웃음치료 프로그램 조교와 지역주민 행복 도우미 보직을 맡겼다.
때문에 기르미의 임신과 출산은 길음2동 주민들에게 잔치나 다름없었다.
다섯둥이의 수유로 부쩍 야윈 기르미를 위해 미역국을 끓여 오거나 간식을 두고 가기도 한다. 직원들도 기르미가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최대한 배려하면서 산후조리를 해주고 있다.
현재는 행정지원과장으로 발령받아 구청에서 근무 중인 홍동석 과장은 휴가도 반납하고 기르미에게 달려가 출산 과정을 지켜본 것은 이미 유명하다.
한 어르신은 “지금은 기르미가 예민한 상태라 새끼들을 조금 멀찍이서 봐야하지만 어미의 재롱과 넉살을 그대로 물려받은 모습에 보는 것만으로도 웃음이 난다”면서 하루에 한 번씩 주민센터를 방문하고 있다고 했다. 다섯둥이를 만날 날을 손꼽아 기다리는 것은 주민도, 아이들도 한마음이라고 한다.
길음2동 관계자는 “최근 뉴타운 사업의 재개로 본격적인 철거가 시작되면서 지역 분위기가 다소 침체되었는데 다섯둥이가 웃음과 활력을 주고 있다”면서 “수의사의 조언에 따라 4개월 후 주민들과 만나게 될 것이며 그동안 무탈하게 자라도록 정성껏 보살피겠다”고 밝혔다.
다섯둥이는 앞으로 기르미의 대를 이어 공무견으로 활동할 예정이다. 유기견에서 주민의 마음을 치유하는 힐링견으로 변신한 기르미의 소식을 접한 각 자치구들은 벌써부터 분양 희망 문의를 하고 있다.
박종일 기자 dream@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