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들어 8개월째 부진…2001~2002년엔 13개월·2008~2009년엔 12개월 연속감소
[아시아경제 오현길 기자] 올들어 지속되고 있는 수출 감소세가 수출의 '7년 주기설'에 따른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8개월째 수출 부진이 이어지고 있는 것에 대해 정부가 단기적 흐름이라고 평가하는 것과 달리 장기침체에 진입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24일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20일까지 누적 수출은 3378억29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5.4% 줄었다. 이달 들어 20일까지의 경우 지난해 동기보다 11.7%나 감소한 226억4900만달러어치를 수출하는 데 그쳤다.
이달 근무 일수가 아직 7일가량 남았지만 상황이 반전될 기미는 희박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수출 감소세는 지난 1월 이후 8개월째 연속이라는 기록을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2008~2009년 12개월 연속 수출 감소세를 기록한 이후 7년 만이다. 미국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로 촉발된 '최악의 금융위기'로 꼽히는 당시 경제 상황은 지금보다 더 혼란스러웠다.
2008년 9월15일 미국 리먼브러더스가 파산했고, 서부텍사스산원유(WTI)도 2009년 2월 배럴당 39달러대까지 하락했다. 우리 수출도 2008년 11월부터 2009년 10월까지 1년가량 감소세가 이어졌다. 2009년 전체 수출액은 전년 대비 13.9%나 줄기도 했다.
시간을 과거로 7년 더 앞당기면 1970년 통계 작성 이후 최장 기간 수출이 감소했던 2001~2002년과 만나게 된다.
인터넷의 등장 이후 미국 닷컴 버블의 갑작스러운 붕괴로 미국을 포함한 유럽 등 선진국 경기가 상당 기간 침체에 빠졌었다. 또 2001년 9월에는 9·11 테러까지 겹치면서 정치, 경제적인 혼란이 이어졌다.
우리도 2001년 3월부터 2002년 3월까지 13개월 연속으로 수출이 감소하는 위기를 겪었다. 그 직후인 2003년부터 우리 최대 수출시장은 '미국-일본-중국' 순에서 '중국-미국-일본'으로 바뀌는 대대적인 변화가 찾아왔다.
하지만 7년 주기설이 틀린 적도 있다. 다시 7년 앞선 1994~1995년에는 반대로 우리 수출이 21개월 연속 두 자릿수 이상 증가하는 호조세를 보였다.
PC의 등장 이후 반도체시장이 대호황기를 맞으며 수출 상승을 이끌었다. 1995년 한 해에만 수출이 30.3%나 증가하며 처음으로 1000억달러를 돌파(1250억달러)하는 기록을 달성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러한 호황은 곧 1997년 외환위기를 불어오는 부작용을 낳기도 했다.
세계 경제에 주기에 따라 위기가 도래한다는 여러 주기설이 존재한다. 공황과 같은 대규모 경제위기는 30년마다 반복된다든지, 1987년 10월 블랙먼데이와 1997년 10월 아시아 외환위기, 2007년 10월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와 같이 금융위기가 10년마다 반복된다는 10년 주기설도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수출침체 7년 주기설의 사실 여부를 차치하고서라도 현재 한국의 수출 동력이 상실된 채 글로벌 경제 회복만 바라보는 천수답 신세가 됐다는 점은 사실"이라고 평가했다.
오현길 기자 ohk041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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