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배경환 기자] 현대차그룹이 서울 삼성동 옛 서울의료원 부지 인수에 나서기로 내부 방침을 정했다. 지난해 9월 10조원을 들여 한전부지를 사들인 지 불과 1년여만에 추진하는 대규모 투자다. 한전부지와의 거리가 불과 100m에 불과해 향후 연계 개발 가능성도 높다.
18일 현대차그룹 고위 관계자는 "한전부지 대금 납부가 아직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또 다른 투자 계획은 아직 조심스럽지만 계열사를 중심으로 한 (서울의료원)부지 인수 검토 작업이 모두 끝난 상태"라며 "이번주 중 그룹에서 최종 확정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서울의료원 부지는 지난 12일부터 공개매각에 들어갔다. 토지 2필지(3만1543.9㎡)와 건물 9개동(연면적 2만7743.63㎡)이 매각 대상으로 지난 5월 국제교류복합지구 도시관리계획 결정을 통해 제2종 주거지역에서 준주거 지역으로 종상향됐다.
한국감정원이 평가한 부지 가격은 9725억원이지만 업계에서는 2배가 넘는 2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실제 서울의료원 부지는 지하철 2ㆍ9호선과 인접한 데다 향후 KTX와 경전철 수혜까지 누릴 수 있다. 여기에 최근 준주거지역으로 바뀌며 감정평가금액 역시 지난해 6000억원대에서 현 수준으로 치솟았다.
현대차가 서울의료원 부지에 욕심을 내는 것은 이미 사들인 한전부지와 맞닿아 있는 데다 이번 종상향 결과로 연계개발이 더욱 수월해져서다. 현대차 고위 관계자는 "설계 업체를 선정하기 위한 심사가 진행 중으로 연계개발에 대한 논의는 시기상조"라며 "다만 글로벌비즈니스센터가 대규모로 지어지고 현대차그룹이 삼성동에 대거 모이는 점을 감안하면 (연계개발을)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한전부지때와 같은 '파격 베팅'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앞서 현대차그룹은 한전부지 인수 당시 감정가(3조3346억원)보다 3배나 높은 10조5500억원을 써 역풍을 맞았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국가에 내는 돈"이라며 진화에 나섰지만 경영진 오판에 따른 비난과 주가폭락은 물론 일부 주주들의 반발을 막지 못했다.
서울의료원 부지를 낙찰 받을 경우 연말까지 내야할 매각대금(낙찰금의 45%)과 3조원에 달하는 한전부지 잔금 납부 시기가 겹쳐있는 것도 부담이다. 한전부지 대금의 경우 현대차(55%)와 기아차(20%), 현대모비스(25%)가 나눠내야 하는 상황에서 현대차그룹은 이미 1월과 5월 총 7조원이 넘는 돈을 지급, 현금 유동성이 크게 떨어진 상태다.
바로밑 옛 한국감정원 부지를 갖고 있는 삼성그룹의 견제도 변수 중 하나다. 앞서 삼성은 2009년 삼성동 일대 개발 프로젝트를 추진하며 서울의료원 부지를 포함시킨 바 있다. 다만 현대차가 역대 최대 규모로 개발하는 한전부지 옆에 삼성이 굳이 땅을 사들여 얻게 될 효과는 없다는 게 시장 관계자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삼성그룹은 서울의료원 부지 공고가 나온 만큼 고민하고는 있지만 크게 관심은 높지 않은 상황이다. 삼성 관계자는 "현재 이렇다 할 입장은 없다"며 "공고가 나왔으니 검토 중"이라고만 밝혔다.
인근 땅인 한국감정원 부지를 2012년 매입한 삼성생명도 잠재 후보자로 거론되고 있지만 삼성생명 역시 특별한 입장은 내놓지 않고 있다. 한국감정원 부지는 삼성생명이 임대수익을 내기 위해 매입한 땅으로 현대차의 삼성동 일대 땅 매입과는 다른 목적이라 특별한 연관성은 없어 보인다.
배경환 기자 khba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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