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C 5명 위원 초당적 합의 임박
[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가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기업의 '불공정' 경쟁 행위에 대한 개념을 구체화한다.
FTC는 독과점과 불공정거래를 규제하는 미국의 경제 규제기관이다. 하지만 불공정에 대한 자체 개념이 불명확하다는 지적과 함께 이로 인해 권한 남용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FTC법은 상거래에 영향을 미치는 불공정한 방식의 경쟁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FTC가 이를 조사하고 금지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이 조항은 FTC가 설립된 후 한 번도 바뀌지 않았다. 하지만 이와 관련한 공식적인 가이드라인이 없어 기업들은 물론 FTC 조차 무엇이 불공정 경쟁 행위인지 정확히 알 수가 없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월스트리트저널은 FTC가 사상 처음으로 불공정 경쟁 행위를 규정하고 기업들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는 방식에 대한 초당적 합의에 근접했다고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관계자들은 에디스 라미레즈 위원장을 비롯한 5명의 FTC 위원들이 합의안에 찬성하면 이르면 이번주 발표가 가능하다고 관계자들은 전했다. 현재 합의에 근접한 내용들이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지만 관계자들은 FTC가 소비자 복지를 강조할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불공정 경쟁 행위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되레 FTC의 기능을 약화시키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라미레즈 위원장은 그동안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는 것에 반대하지는 않지만 가이드라인이 FTC의 집행권한을 제한하는 요인이 되는 것은 원치 않는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그는 과거 사례를 살펴보면 FTC가 문제삼는 불공정 경쟁 행위가 무엇인지 기업들도 이해할 수 있다고 강조해왔다.
라미레즈 위원장은 지난 5월 하원에 출석해 기업들의 우려를 이해하지만 어떠한 기업인들도 이 문제와 관련해 자신을 찾아온 적이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정치권에서는 공화당이 그동안 FTC가 불공정 경쟁에 대한 분명한 기준을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공화당은 인수합병에 대해 FTC가 기업을 조사하는 방식에 변화를 요구하는 법안을 추진 중이며 이로 인해 FTC와 갈등을 빚고 있다.
1970년대 FTC는 불공정 경쟁이라고 인식한 기업 행위에 적극적으로 권한을 행사했다. 소송에서 패하면서 많은 비용을 물기도 했고 의회의 비난도 샀다.
최근에는 FTC가 불공정 행위를 문제 삼아 기업을 조사하는 사례가 많이 줄었다. 하지만 2009년 인텔, 2013년 구글 등의 불공정 경쟁 혐의에 개입한 바 있다. 양 사는 불공정 경쟁에 대한 혐의를 인정하지 않은 채 문제가 된 일부 규정을 수정하는 선에서 소송을 마무리지었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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