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LPGA투어 역사상 63년 만의 '메이저 3연승'이어 또 다시 새 역사 창조
[아시아경제 노우래 기자] 한국인 첫 '커리어 그랜드슬래머'.
세계랭킹 1위 박인비(27ㆍKB금융그룹)가 드디어 꿈을 이뤘다. 3일(한국시간) 스코틀랜드 턴베리골프장 에일사코스(파72ㆍ6410야드)에서 끝난 브리티시여자오픈(총상금 300만 달러)을 제패해 '커리어 그랜드슬램'의 마지막 퍼즐을 맞췄다.
아버지 박건규(53)씨를 따라 골프에 입문해 어려서부터 뛰어난 기량을 인정받은 '될성부른 떡잎'이었다. 분당 서현초등학교 시절부터 각종 주니어대회 우승을 쓸어 담았고, 2000년 겨울 국가대표 상비군에 발탁돼 엘리트코스를 밟았다. 하지만 2001년 미국으로 골프 유학을 떠나는 등 안주보다는 모험을 선택했다.
2006년 프로로 전향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퓨처스(2부)투어를 거쳐 2007년 정규 투어에 합류했다. 출발부터 화끈했다. 2008년 US여자오픈에서 생애 첫 우승을, 그것도 최연소우승(19세11개월)을 곁들여 스타덤에 올랐다. 문제는 곧바로 이유를 알 수 없는 슬럼프에 빠졌다는 점이다. 무려 4년 동안 무관의 가시밭길을 걸었고, 2009년에는 20여개 대회에서 3분 1이나 '컷 오프'를 당했다.
바로 이 때 '해결사'가 나타났다. 약혼자였던 남기협(34)씨가 매니저 겸 스윙코치를 맡았고, 서서히 예전의 모습을 회복하기 시작했다. 2012년 에비앙마스터스와 사임다비말레이시아에서 2승을 수확하며 부활모드에 돌입했고, 2013년에는 나비스코와 LPGA챔피언십, US여자오픈에서 '메이저 3연승'이라는 대기록을 작성하는 등 무려 6승을 수확했다. 지난해 3승, 올해도 이미 메이저 2승을 포함해 4승을 챙겼다.
일관성이 뛰어나고, 큰 무대에서 강하다는 게 더욱 고무적이다. 2012년부터 4년 연속 2승 이상을 기록했다. 박세리(38)와 신지애(27ㆍ이상 3년 연속)를 뛰어넘는 한국선수 최다 멀티우승이다. 또 16승 가운데 메이저 우승이 7승, 44%나 된다. 2013년 이후에는 14차례의 메이저에서 43%에 해당하는 6승을 혼자 가져갔다. 심적 부담이 크고 어려운 코스에서 오히려 괴력을 발휘하는 셈이다.
당연히 철갑 멘털과 클러치 퍼팅 능력이 무기다. '조용한 암살자'라는 무시무시한 별명처럼 좀처럼 플레이 도중 감정을 드러내는 일이 없다. 동반자들이 오히려 자멸하는 이유다. 여기에 결정적인 순간 빛을 발하는 '짠물퍼팅'이 위력적이다. 이번 브리티시여자오픈 역시 최종 4라운드에서 불과 24개의 퍼팅을 앞세워 새 역사를 창조했다.
노우래 기자 golfm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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