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노우래 기자] "꿈이 이뤄졌다."
'골프여제' 박인비(27ㆍKB금융그룹)가 모처럼 함박웃음을 지었다. 3일(한국시간) 스코틀랜드 턴베리골프장 에일사코스에서 끝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올 시즌 네번째 메이저 브리티시여자오픈을 제패해 '커리어 그랜드슬램'이라는 대기록을 작성한 직후 "뭐라고 표현할 수 없을 만큼 기쁘다"며 "골프를 하면서 가장 큰 목표를 이룬 것 같다"고 환호했다.
2, 3번홀 연속버디로 출발이 좋았지만 4, 5번홀에서 연속보기를 범해 첫번째 위기가 찾아왔다. "올해도 어려워지는 건가. 내년을 다시 기약해야 하는 건가."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그래도 포기하지 말자.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해 보자"라고 마음을 다 잡았다는 박인비는 "이후 거짓말처럼 퍼팅이 잘됐고, 버디가 많이 나왔다"며 "아주 힘들게 느껴졌던 일들이 막상 이루고 나니까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느껴진다"고 설명했다.
이 대회를 손꼽아 기다렸지만 사실 완벽한 컨디션을 유지하지는 못했다. 지난주 마이어클래식에서는 퍼팅 난조 속에 공동 44위로 무너졌고, 허리 통증이 더해져 몸 상태가 엉망이었다. "이번 대회는 비바람까지 가세해 정신적으로나 체력적으로 모두 힘들었다"며 "컨디션이 좋지 않아 마음을 비우고 경기에 임한 게 오히려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덧붙였다.
16번홀(파4) 버디를 승부처로 꼽았다. 15번홀(파5) 이글로 1타 차 선두로 올라선 뒤 사실상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예약하는 동력이 됐다. 박인비는 그린 바로 앞에 실개천이 흘러 일부 선수들이 레이업까지 하는 16번홀에서 나흘 동안 3타를 줄이는 등 훨훨 날았다. "아이언 샷이 잘 떨어졌고, 버디로 연결돼 자신감이 생겼다"며 "다른 선수들에 비해 4~5타 앞설 수 있는 홀이 됐다"고 분석했다.
앞으로의 목표에 대해서는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커리어 그랜드슬램말고 다른 목표는 생각한 게 없다"며 "나보다 우승은 물론 메이저 승수가 많은 선수들이 있다"며 "레전드급 선수들을 보면서 더 큰 목표를 정해 차근차근 도전하겠다"고 각오를 새롭게 했다. 7일 제주에서 개막하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삼다수마스터스 등판을 위해 금의환향하는 일정이다.
노우래 기자 golfm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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