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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상 일반해고 지침…계속된 노정갈등에 정치권이 개혁 키 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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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대타협 결렬 후 독자적으로 노동개혁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정부가 '3년간 최하위 등급을 받고도 개선의지가 없는 근로자에 대한 해고는 정당하다'는 내용의 일반해고 지침 밑그림을 내놨다. 정부출연기관인 한국노동연구원이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서다.


노사정 논의 결렬의 핵심원인이었던 일반해고 지침이 강행되며 사실상 대화가 끊긴 노정갈등은 한층 격화할 것으로 우려된다. 일각에서는 노정 대신 정치권이 노동개혁의 키를 쥐게 될 것이라는 관측까지도 나온다.

3일 고용노동부 등에 따르면 저성과자에 대한 절차, 기준 등이 담긴 일반해고 지침은 노동연구원의 '공정한 인사평가에 기초한 합리적 인사관리' 보고서를 토대로 공론화 과정을 거쳐 이달 중 확정된다.


공식 지침형태는 아니지만 이 보고서가 사실상 일반해고 기준에 대한 정부 지침인 셈이다. 연구원은 이를 4일 이기권 고용부 장관이 참석한 가운데 열리는 고용노동미래포럼에서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보고서에는 직무능력이나 성과가 떨어지는 근로자의 해고나 임금 삭감 등이 적법한지를 판단한 대법원 판결 등 세 건의 주요 사례가 담겼다.


두 건은 3년 이상 낮은 성과를 낸 근로자를 대상으로 업무능력향상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직무 재배치 등을 단행했음에도 근로자가 회사 지시를 따르지 않거나 재교육에서 또 최하위 등급을 받았을 경우 해고가 적법하다는 대법원 판결과 서울지방노동위 판정이다. 또 다른 사례는 회사가 노동조합 등 특정 근로자 퇴출을 위한 리스트를 작성한 후 차별적인 인사고과를 했을 때 이는 부당하다는 대법원 판결이다.


김기선 부연구위원은 "직무능력주의가 우리 사회에 뿌리내리기 위해서는 각 기업마다 공정한 인사평가에 의한 체계적 합리적 인사관리제도가 마련돼야 한다"며 인사평가제도 수립 후 근로자에 평가결과 공개, 고충저리제도 또는 자율적 분쟁해결제도 설계, 평가 결과에 따른 직무조정 재교육 기회 부여 등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보고서는 근로자에 대한 성과 평가가 정당하고 공정했다는 전제를 기반으로 한다. 노동계가 일반해고 지침과 관련해 "악용될 우려가 있다"며 즉각적으로 반발에 나선 까닭이 여기에 있다.


민주노총은 논평을 통해 "노동자가 사용자의 압박을 방어할 수단이 거의 전무하고 노동자의 경영참여가 제도적으로 보장되지 않는 조건에서 직무능력 평가를 통해 임금삭감, 해고확대 수단을 도입하겠다는 것"이라며 "객관성과 공정성이 중요하다고 했지만 이에 대한 보장대책은 전혀 없다"고 반발했다.


이번 발표로 향후 노정갈등이 격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대체적이다. 양대노총은 정부가 일방적으로 노동개혁을 단행할 경우 대규모 집회와 총파업을 불사하겠다는 방침을 수차례 밝혔다.


특히 이는 최근 한국노총이 일반해고 지침과 취업규칙 불이익 요건 완화를 협상에서 제외할 경우 노사정위원회에 복귀할 의사가 있다고 제안한 것에 대해 정부가 사실상 거절 의사를 공식화한 것으로도 풀이된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대화하자고 하면서 정부는 갈길을 가겠다는 것"이라며 "노사정 복귀 의사를 정부가 거부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노정이 주도하는 노동개혁이 물살을 타기 어려울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일각에서 정치권 주도의 노동개혁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까닭이다. 여당은 올 하반기 노동개혁에 올인하겠다는 방침을 밝혔고, 야당 역시 노동개혁과 관련한 범 협의체 구성을 요구하고 있는 상태다. 다만 정치논리가 결합된 노동개혁이 어느 정도로 국내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를 해소하는데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을지는 의문이 제기된다.


정부와 일부 학계는 노동계가 일반해고 지침과 관련해 '쉬운 해고'라고 주장하며 노사정 대화를 전면 거부하고 있는 만큼, 공론화를 위해 밑그림 발표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정부 관계자는 "노동개혁은 노사정의 큰 틀에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며 "공론화를 통해 의견을 조금씩 좁혀간다는 방침"이라고 말했다.




세종=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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