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민찬 기자] "정부에 OO시 저수지 준설 예산 2억원을 요구ㆍ확보해 적기 준설을 통해 농민들의 영농 편의가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한 비례대표 의원이 특정 지역의 저수지 준설 예산을 확보했다며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해당 지역에선 "누군데 우리 지역 예산을 챙기지?"라는 질문이 쏟아졌다. 언뜻 보기엔 소관 상임위에서 가뭄 극복을 위한 예산 지원을 한 것으로 보이지만, 속내는 다른데 있었다. 그는 이 지역에서 내년 20대 총선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
이 뿐만이 아니다. 이 지역 전통시장에는 얼마 전 한국마사회 직원들이 메르스 극복을 위한 '전통시장 장보기' 캠페인을 펼쳤다. 행사에는 이 비례대표 의원도 참석, "전통시장을 애용해 지역경제를 살립시다"라고 써진 현수막을 들고 기념촬영도 했다. 지역 정치권에선 "소관 상임위 산하기관을 활용해 사전 선거운동을 펼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농업 분야에서 눈에 띄는 활동으로 국회에 입성한 이 비례대표 의원은 앞서 국회법 위반 논란에도 휩싸였다. 국회의원이 되기 전부터 운영한 농산물 판매 사업장을 지속 운영하며 소관 상임위에서 활동해서다. 그의 이름이 붙은 쌀이 대형마트에서 버젓이 판매됐다. 그는 자신의 친동생을 보좌진으로 채용해 여론의 뭇매를 맞기도 했다.
정치권과 업계 등에선 국회의 전문성과 직능 대표성 등을 보충하기 위해 도입된 비례대표 의원들이 이해집단 입법 로비의 주요 창구가 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처럼 비례대표 의원들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는 점도 정치권을 불신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이들에게 순번을 부여해 국회의원 배지를 달아준 건 정당이다. 민의와 전문성 반영을 위해 비례대표 정수를 늘려야 한다는 주장을 무조건 틀리다고 할 수 없다. 문제는 정당이 제대로 된 비례대표를 뽑을 것인지 국민이 제대로 믿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민찬 기자 leem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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