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어제 인천창조경제혁신센터가 개소하면서 지난해 9월 대구에서 시작된 지역별 혁신센터 구축이 마무리됐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17개 대기업에 전국 주요 시도를 하나씩 맡겨 설립한 지역 혁신센터는 지역 특화산업 육성, 창업ㆍ벤처ㆍ중소기업 성장을 원스톱으로 지원하는, 박근혜정부의 '창조경제 거점'들이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어제 혁신센터들이 창업ㆍ중소기업 혁신지원 활동을 펼치면서 의미 있는 성과들이 나타나고 있다고 평가했다. 내일은 청와대에서 대통령이 혁신센터를 설립한 17개 대기업 회장들을 만난다고 한다.
혁신센터에 대한 정부의 강력한 의지, 여기에 대한 기업들의 높은 호응을 보면서 우리는 혁신센터들이 '창조경제'의 한 허브로서의 역할을 하기를 기대한다. 그러나 정부의 자평처럼 후한 평가를 하기에는 이르다. 아직도 모호한 '창조경제'의 내용을 더욱 명료하게 하고 관(官) 주도 운영의 폐단에 빠지지 않아야 한다. 그래야 '창조'도 '혁신'도 가능할 것이다.
먼저, 창조경제의 태생적 한계는 여전히 남아 있다. '창조'는 특정한 과제라기보다는 일을 해 나가는 과정에서 얻어지고 발휘되는 것이다. 그런데 현 정부는 이를 하나의 부서에 의한 전담과제인 것처럼 제시함으로써 '창조'를 오히려 협소하게 만들고 표류하게 한 면이 있다. 아직도 미래부가 제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는 것도 이 같은 현실의 한 단면이다.
지난 대선 때 여당의 싱크탱크였던 국가미래연구원의 조사에서조차 지역 혁신센터에 대한 인지도와 기대가 매우 낮은 것으로 나타난 데에도 그런 이유가 있을 듯하다. 이 같은 문제들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창조경제의 개념을 더욱 명확하게 하고 이를 구현하기 위한 혁신센터의 역할을 더욱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할 것이다.
혁신센터 운영 과정에서 무엇보다 경계해야 할 것은 정부의 지나친 개입과 실적주의다. 대통령이 17곳 중 15곳의 개소식에 참석할 만큼 강력한 의지를 보여준 사업이라는 점은 정부와 지자체에 과도한 '의욕'과 실적 경쟁을 불러올 수 있다. 정부는 '간섭은 최소로, 지원은 최대로' 한다는 자세로 임해야 할 것이다. 기업들이 맘껏 창의성을 발휘하고 상생하는 마당이 될 수 있도록 법적ㆍ제도적 지원을 정밀하게 하는 데 중점을 둬야 할 것이다.
혁신센터에 참여한 대기업들도 스스로 밝힌 것처럼 혁신센터 인프라를 활용한 세밀한 투자를 고민하기 바란다. 정부의 투자 권유에 대해 포장만 바꿔 내놓는 식이 아닌 자신을 혁신하고 벤처ㆍ중소기업과 협력하는 장으로 적극 활용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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