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은정 기자] 비이자수익이 금융권의 2분기 성적을 갈랐다. 기준금리 인하라는 악재 탓에 은행의 이자이익 감소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비이자부문에서 얼마나 수익을 냈느냐에 전체 당기순이익 향방이 결정됐다. 신한금융지주는 2분기 중 비은행 부문에서 3421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두며 1분기보다 더 나은 성적표를 냈다. NH농협금융지주가 금융권의 다크호스로 부상하는 것도 은행과 증권 계열사의 비이자수익 급증 덕분이었다. 이런 현상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돼 자산운용 강화 등 비이자이익 증대가 금융권의 생존과 연결되는 분위기다.
23일 금융권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신한금융은 지난 2분기 전분기보다 16.9% 늘어난 6921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하며 1분기 KB금융에 내줬던 1위 자리를 되찾았다. 금리인하에 따른 순이자마진(NIM) 축소로 인한 은행 이자이익 하락에도 불구하고 수수료, 유가증권 관련 매매 이익 등 비이자부문의 이익이 증가하면서 깜짝 실적을 거뒀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금융투자는 금융상품 판매수수료, IB 수수료 등 수수료 이익 증가와 운용자산 확대에 따른 자기매매 이익 증가로 이익 회복이 크게 나타났다"며 "카드, 생명보험, 캐피탈도 이익 회복이 꾸준했다"고 설명했다.
농협금융도 2분기에 2900억원 이상의 순이익을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직전분기 순이익 1376억원의 배를 넘는다. 1년 전 순이익 1565억원(우리투자증권 패키지 염가매수차익 제외)보다도 75%이상 급증한 수치다. 주요 계열사인 농협은행의 비이자 수익 확대가 효자 역할을 톡톡히 했다. 농협은행의 2분기 비이자수익은 889억원으로 1분기보다 73%가 늘었다. 퇴직연금 등의 수수료 수익이 1119억원으로 급증했고 유가증권관련 수익도 1037억원으로 급증한 게 비이자 수익을 늘린 배경이 됐다. 반면 기준금리의 하락으로 이자수익은 같은기간 1조403억원에서 1조282억원으로 줄어 대조를 이뤘다. 농협금융 관계자는 "기준금리가 연거푸 인하되는 최악의 환경 속에서도 1분기보다 2분기 순이익이 더 늘어날 수 있었던 것은 농협은행의 비이자 수익 확대와 NH투자증권의 선방 덕분"이라며 "올 상반기 당기순이익 목표액인 3565억원을 초과달성할 것이 확실시 되고 있다"고 말했다.
핵심 계열사인 KB국민은행의 대규모 희망퇴직 비용으로 부진한 성적을 낼 것으로 예상되는 KB금융도 비이자수익이 실적 방어 역할을 했다. KB금융의 2분기 당기순이익 컨센서스는 2871억원.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26.7%가 감소한 수치다. 하지만 일회성비용인 회망퇴직 비용을 감안한다면 선방했다는 게 금융권 평가다. KB금융은 2분기에 1122명 희망퇴직자에게 3400억여원을 지급했다. 이 비용을 제외한 순이익 추정치는 5000억원을 넘게 되는데, 이자이익의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비이자사업의 영업조직을 강화한 게 실적을 방어할 수 있었던 비결이었다.
하나금융지주 역시 은행권 공통 악재인 기준금리 인하와 포스코플랜텍ㆍSTS반도체 등의 충당금, 외환은행과의 통합 지연 여파 등에 급격하게 감소할 당기순이익을 그나마 하이닉스와 대한주택보증 매각 이익 등으로 일부 방어할 것으로 예상된다.
구경회 현대증권 애널리스트는 "당초 기준금리 하락 등의 영항으로 은행들의 분기 실적은 1분기에 비해 부진할 것으로 예상됐다"며 "하지만 대한주택보증 주식 매각으로 일부 은행들의 비이자 이익이 더 개선되는 모습을 보이는 등 핵심 부문인 이자영업의 부진을 비이자이익이 커버하면서 당초 예상보다 선방한 성적표를 내놓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은정 기자 mybang2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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