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객 등 위조달러, 위조수표도 문제…5만원권 위조지폐 지난해 1500% 이상 증가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위조지폐' 범람 비상등이 켜졌다. 휴가철은 관광지에 행락객이 붐비고 돈을 주고받는 일이 잦은 시기다. 해수욕장 등 국내 관광객이 많은 지역은 물론 외국인 관광객이 즐겨 찾는 도심에 이르기까지 '위조지폐' 취급에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으로 지적된다.
특히 외국 관광객이 많은 지역에서는 '위조 달러' 등 외국 화폐 거래에 각별에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외국인들이 달러로 지불할 경우 일반인이 위조 여부를 쉽게 판단하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 미국이 신권 100달러를 발행한 후 구권 100달러짜리 위조지폐가 급증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지난해 4월 부산세관은 중국에서 밀반입한 가짜 100달러 지폐 300장을 적발했다. 중국 은행에서 환전까지 성공한 초정밀 위조지폐라는 점에서 충격으로 다가왔다.
이처럼 위조지폐는 주로 중국에서 제작돼 밀수입하는 사례가 적지 않은 상황이다. 60대 최모씨는 100달러짜리 위조지폐 1만장(13억원 상당)을 중국에서 몰래 들여와 암달러상을 통해 국내에 유통하려다 적발돼 도피생활을 이어갔으나 지난해 3월 검거됐다. 암호화된 미세문자까지 정밀하게 새겨져 있고 일련번호도 모두 달라 육안으로 구분하기 어려울 만큼 정교한 위조지폐라는 평가를 받았다.
밤에 낯선 손님을 주로 접하게 되는 유흥가 일대에서는 '5만원권' 지폐가 골칫거리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14년 한국은행이 화폐취급 과정에서 발견하거나 금융기관, 개인이 발견해 신고한 위조지폐는 3808장으로 전년 대비 220장 증가했다.
특히 5만원권 위조지폐 장수는 2013년 84장에서 2014년 1405장으로 1572%나 증가했다. 바닷가 유흥지 등에서 5만원권 위조지폐를 낸 뒤 거스름돈을 받아가는 방식이 대표적인 범죄 수법이다. 한국은행은 '비춰보고' '기울여보고' '만져보고' 등 3가지 방법으로 5만원권 위조지폐를 확인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한국은행은 "비춰 보면 숨겨져 있는 신사임당 초상이 보이고 뒷면을 기울여보면 5만원 숫자가 자홍색에서 녹색으로 바뀐다"면서 "인물초상, 문자, 숫자 등을 만져보면 오돌토돌한 감촉이 느껴진다"고 설명했다.
1만원권이나 5만원권은 일반인들이 쉽게 접하는 화폐라는 점에서 상대적으로 '위조지폐' 문제 대응이 수월할 수 있다. 10만원권 이상 수표는 상대적으로 고액이라 피해 액수가 클 수밖에 없고, 위조 여부를 일반인들이 판별하기는 쉽지 않다는 점이 고민이다.
게다가 컬러프린터 성능 발달로 겉으로는 진짜와 구별하기 어려운 수표 제작이 가능해진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하지만 장난으로라도 수표를 복사하는 행위를 하면 엄중하게 처벌을 받는다. 검찰에 기소돼 실형으로 이어진 황당한 사건이 한둘이 아니다.
영화 '기술자들'을 보면서 위조수표 제작을 구상했다는 박모씨는 컬러프린터기와 A4용지를 이용해 10만원권 자기앞수표를 양면 복사하는 방식으로 위조수표 수백장을 만들어냈다. 그는 배달업체 음식을 시켜 거스름돈을 돌려받는 방식으로 범행을 저질렀다. 박씨는 지난 6월 1심에서 징역 1년 2월을 선고받았다.
부인의 월세보증금 독촉에 장난삼아 수천만원대 수표를 복사·제작한 40대가 징역형을 선고받은 일도 있다. 집에 있는 컬러프린터로 수표를 찍어냈지만, 부인이 "허튼 장난 그만두라"면서 핀잔을 줘 실제로 유통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 남성은 친구에게 다시 장난을 치다 수표제작 사실이 드러나 1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부장 검사를 지낸 김경진 변호사는 "부정수표단속법 제5조에 따르면 수표를 위조하거나 변조하면 1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면서 "통화위조죄는 국민경제의 근간을 훼손하는 범죄로서 법원에서도 가급적 실형을 선고한다"고 지적했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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