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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보기의 책보기] 당신이 오해한 순자의 성악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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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보기의 책보기] 당신이 오해한 순자의 성악설 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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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영자의 전성시대’가 1970년대였다면 1980년대는 ‘순자의 전성시대’였다. 전자는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던 에로 영화고, 후자는 총구로 민주공화국을 짓밟았던 전두환의 부인의 이름이다. 그리고 다시 오늘 중국 춘추전국시대 백화제방의 ‘순자’가 돌아왔다.
맹선설과 순악설, 무슨 설일까? 사전은 물론 인터넷에도 안 나온다. 사지선다형의 완전 주입식 교육에 의존했던 세대들은 ‘내용무시 제목암기’가 공부의 왕도였다. ‘맹선설, 순악설’이 그 대표적인 예다. 저들의 숨은 뜻은 ‘맹자는 성선설, 순자는 성악설’이다. 더 깊은 내용을 알 필요가 없었다. 그저 사람의 본성이 맹자는 착하다, 순자는 악하다 했다고만 외우면 됐다. (순자의 성악설을 ‘순악질 여사’로 외웠던 학생도 있긴 했다.)
공자, 맹자는 그나마 살면서 여기저기서 주워듣는 기회가 많아 조금이라도 아는 척 할 수 있으나 순자는 그걸로 끝이었다. 그래서 순자는 ‘사람은 본래 악하므로 강력한 독재로 다스려야 한다’고 했다는 ‘나쁜 사람’의 이미지를 가지게 되었다. 새롭게 ‘순자’를 불러온 장현근 교수의 첫마디가 ‘순자에 대한 오해를 풀기 위해서’인 이유다.
순자가 사람의 타고난 본성이 악하다고 한 것은 맞다. 순자가 보는 자연의 본질은 질박해서 대단히 이기적이고 냉혹하다. 자연의 일부인 사람 역시 배 고프면 먹고 싶고, 졸리면 자고 싶고, 아름다운 것을 차지하고 싶고, 이익은 취하되 손해는 보기 싫어하는 ‘동물적 본성’을 가지고 태어난다. 본능적 탐욕을 우선하는 악한 존재인 것이다.
그러나 사람이 다른 동물과 다른 것은 법과 제도, 교육, 자기성찰 등의 노력으로 그런 악한 마음을 다스리는 이심치성(以心治性)의 능력이 있다는 것이다. 이심치성을 지극히 하면 인륜의 극치이자 이상적 인격의 최고 상태인 성(聖)에 이를 수 있는데, 이는 예의에 입각한 선의 실천을 쌓는 인위적 노력으로 누구나 가능하다는 것이다. 당연히, 누구나 가능하지만 모두가 그곳에 이를 수 있는 것은 아니기에 ‘군주와 백성’의 차이가 생긴다.
맹자의 측은지심, 물에 빠진 어린이를 보면 누구나 달려가 구해주려 하는 착한 마음은 어머니 뱃속부터 타고 나는 것이 아니라 사람으로 태어난 이후 개인적인 노력으로 만들어진다는 것이 순자의 생각이다. 그는 사람의 타고난 악한 성정을 인위의 노력으로 다스림으로써 오히려 예의가 넘치는,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들 수 있다고 보았다. 순자야말로 끝까지 자연이나 하늘보다도 사람의 안위와 평화를 중시했던, 착한 사람이었던 것이었다.
“하늘이 군주를 위해 백성을 낳은 것이 아니다. 하늘이 백성을 위해 군주를 세운 것이다. 군주는 배요, 서인은 물이다. 물은 배를 실을 수도 있고, 뒤집을 수도 있다. 말이 놀라 수레를 흔들면 수레를 편하게 탈 수 없다. 그때는 말을 진정시키는 것이 최선이다. 서인이 놀라 정책을 흔들면 은혜를 베푸는 것보다 더 좋은 방법이 없다”는 발언만 보더라도 순자, 그 이름 그대로 순하고 자애롭지 아니한가. (순자 / 장현근 지음/ 한길사 펴냄 / 1만 8천 원). 최보기 북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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