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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미술·음악…경계없는 예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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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헨릭 빕스코브' 한국서 아시아 최초 대규모 개인전

패션·미술·음악…경계없는 예술가 헨릭 빕스코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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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오진희 기자]"아티스트? 패션 디자이너? 드러머? 그런 직함보다는 창의적으로 실행해보는 것이 더 중요해요."

헨릭 빕스코브(Henrik Vibskov·43)는 덴마크 출신 패션디자이너다. 매 시즌 프랑스 파리 컬렉션에 참여하고 있을 정도로 패션계에선 널리 알려진 인물이다. 그러나 그를 단순히 디자이너라고만 하기엔 아쉬움이 크다. 그가 이미 세계 유수 미술관에서도 러브콜을 받아 온 미술가여서다. 여기에 더해 그는 음악가이자 댄서, 영화제작자이기도 하다.


빕스코브가 아시아 최초로 우리나라에서 대규모 전시를 열었다. 7일 전시가 개막한 서울 통의동 대림미술관은 그가 패션쇼에서 선보였던 의상과 무대를 재현한 공간, 사진과 설치작품으로 예술의 다양한 장르를 넘나드는 작품들, '민트색'을 주제로 공감각적 감각을 전달하는 영상 및 설치작으로 채워졌다.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만난 빕스코브는 장신에다 마른 체형이었다. 목소리는 중저음에 부드러웠지만, 가끔씩 위트 섞인 이야기들을 곁들였다. 그는 "10대 때 음악에 관심을 가졌고, 지금까지 32년간 꾸준히 음악을 하고 있다. 패션 쪽에서는 근 20년 가까이 일하고 있다. 작품에는 패션에 좀더 기울어진 것들도 있고, 순수예술 쪽에 가까운 것들도 있다. 무대디자인 작업도 상당히 많이 해왔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그에게 '패션'은 '음악'과 '춤'의 연장선상에 있었다. 덴마크 유틀란트에서 태어난 그는 열살 때 아버지에게 드럼 장비를 선물 받은 후부터 줄곧 음악에 심취했었다. 또한 음악은 춤으로 연결됐다. 청소년기 브레이크댄스 부문에서 상을 받을 정도였다. 또한 영국 유학시절까지 '럭셔스(Luksus)'라는 밴드의 드러머로도 활동하다, 현재는 유럽 일렉트로닉 음악의 대표밴드 '트렌트모러(Trentemøller)'의 드러머다. 또한 학창시절 영화 두 편을 만들기도 했다. 이 과정 안에 그의 인생에 '패션'이 들어왔다.


패션·미술·음악…경계없는 예술가 Big Wet Shiny Boobies (2007년 컬렉션 재현)


패션·미술·음악…경계없는 예술가 우드블록으로 만든 회화작품과 울 소재의 설치작품


패션·미술·음악…경계없는 예술가 사진작품 '연약한 신체' 시리즈


패션·미술·음악…경계없는 예술가 '민트 인스티튜트' (2008년 컬렉션 재현)


빕스코브는 "음악에 이어 춤, 영화, 건축에도 관심이 많았다. 사실 패션은 당시 좋아했던 이성친구가 영국의 유명한 패션디자인학교에 가겠다고 해서, 같이 입학하게 된 배경이 있긴 하다"고 했다. 런던 센트럴 세인트 마틴에서 패션디자인을 공부한 그는 졸업작품이 덴마크 국영방송에 중계될 정도로 일찍이 인정을 받았다. 졸업 후 2년만인 2003년 파리 패션위크에 데뷔했다. 최근에는 아이슬란드의 싱어송라이터 비요크(Bjork)의 오페라 무대와 의상, 뮤지션 시규어 로스(Sigur Ros)의 무대와 의상, 그리고 노르웨이 국립 오페라 발레단의 백조의 호수(The Swan lake) 공연의 메인 의상을 직접 디자인한 바 있다. 상업적인 목적으로 유명인에게 옷을 제공하지 않는 그의 신념에도 불구하고 시규어 로스(Sigur Ros), 비요크(Bjork), 루 리드(Lou Reed), 카니예 웨스트(Kanye West) 등 세계적인 셀러브리티들이 그의 의상을 즐겨 입는다.


대림미술관 4층에는 패션과 예술이 결합된 빕스코브의 색다른 런웨이가 구현돼 있다. '민트색'을 모티브로 해 민트를 연상시키는 색과 음악, 향이 어우러진 구조물이 30미터 크기로 풍선처럼 부풀려 설치돼 있다. 지난 2008년 패션쇼 런웨이를 장식했던 무대를 재구성한 것으로, 관람객들은 쇼의 주인공이 되는 느낌을 받는다.


3층으로 내려가면 거꾸로 매달린 긴 목의 새를 형상화한 조형물이 천장에서 바닥으로 대롱대롱 달려있다. 앞서 실제 패션쇼에서는 모델들이 마치 플라밍고 숲 사이를 통과하는 장면이 연출됐다. 빕스코브는 "남미의 과테말라에서 닭의 도살장을 목격한 적이 있다. 그때 죽음에 대해 생각했다. 죽은 이를 기리기 위해 연을 날리는 행위를 연결했고, 닭 대신 남미의 대표적인 새 플라밍고를 차용했다"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같은 층에는 섬유소재인 울이 액자틀에서 튀어나온 설치작품, 나무블록으로 만든 추상회화 작품이 나와 있다. 또한 신체에 관심이 많은 그는 이웃주민 등을 모델로 한 누드 사진을 공개했다. 하지만 현실적이지 않고, 신체가 빛의 굴절로 수없이 왜곡돼 있다. 이는 연약한 인간을 상징한다.


2층에는 코펜하겐에서 열린 2007 컬렉션이었던 무대가 재현됐다. 그가 디자인한 독특한 의상과 함께 벽에 스틱으로 꽂은 만화적인 모양과 실루엣의 가슴 조형물들이 빼곡했다. 그의 패션쇼 중 2300명이라는 가장 많은 관람객수를 기록한 무대이기도 하다. '가슴은 '어머니' 그리고 '섹슈얼리티'를 모두 상징하고 있다. 빕스코브는 "이 '부비'(Boobies, 가슴) 컬렉션이 인기가 너무 많았다. 이번 전시에는 수많은 무대가 꾸며져 있는데, 나중에 이 컬렉션만 기억하는 게 아닐까 우려된다"며 웃었다. 이번 전시 개막을 기념한 이벤트로 8일 빕스코브는 뽀빠이와 관련한 설치작품을 야외에 전시할 예정이다. 여기엔 그의 퍼포먼스도 곁들여진다.


빕스코브는 "패션은 예술, 음악, 퍼포먼스 등과 같은 나의 모든 관심사를 하나로 아우르는 좋은 우산과도 같다"며 "아티스트라기보단 디자이너란 말이 더 좋다. 요샌 아티스트란 명칭은 너무 공허한 단어가 된 듯하다"고 했다. 전시는 오는 12월 31일까지. 02-720-0667.




오진희 기자 valere@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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