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할 초반 부진 허덕이다 최근 10경기서 3할8푼 '맹타'
어느새 0.294까지 타율 올라와
[아시아경제 나석윤 기자] 프로야구 두산 내야수 오재원(30)은 늘 의욕이 넘친다. 투지와 승부욕은 오재원을 설명하는 키워드다. 큰 동작과 표정으로 감정을 표현한다. 지난 1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LG와의 경기에서 벤치 클리어링이 나왔을 때처럼. 뚜렷한 개성 때문에 오재원에게는 '안티팬'도 많다.
이런 오재원은 최근 한 가지 결심을 했다. '욕심을 버리고 야구 즐기자'. 오재원은 올 시즌 초반 잘하려는 욕심이 지나쳐 타격 부진을 겪었다. 지난해(110경기 타율 0.318 5홈런 40타점)보다 성적이 떨어지자 조바심이 생겼다. 타격 균형이 흐트러졌고, 소극적으로 변했다. 2스트라이크를 먼저 내주고 타격하는 경우도 많았다. 오재원은 "타석에서 공도 잘 안 보이고 매일 드는 방망이도 불편하게 느껴졌다"며 "지난해 이상의 성적을 내려는 생각에 기대치가 높았는데 그것이 함정이었던 것 같다"고 했다.
오재원은 마음을 비웠다. 최근에는 경기 중에 전광판도 잘 보지 않는다. 매 순간 집중하면서 재미있는 야구를 하고 싶어서다. 더그아웃에서는 동료들의 사기를 북돋고 팀 분위기를 좋게 하려고 목소리도 높인다. 안타를 치고 나가 벤치를 바라보며 주먹으로 헬멧을 두드리는 세리머니를 제안하기도 했다. 오재원은 "(세리머니를) 안 하면 10만원씩 벌금을 걷는다"며 "경기에서 투지 있는 모습을 보이자는 취지"라고 했다.
이런 노력은 방망이를 단단하게 하는 계기도 됐다. 5월 한때 2할3푼대까지 떨어진 타율은 어느덧 0.294까지 회복했다. 5월 성적이 스물두 경기 타율 0.221 3홈런 11타점에 그친 반면 6월에는 스무 경기에서 타율 0.389 2홈런 13타점을 올렸다. 특히 최근 열 경기 성적은 타율 0.381 홈런 없이 6타점이다.
김태형 두산 감독(47)은 "오재원 타석에서 공격이 끊기는 경우가 많았는데 최근에는 타격감이 살아나 팀 타선 전체가 짜임새를 찾았다"고 했다. 오재원도 "주장으로서 혼자만 너무 짊어지려 한 것 같다. 부담감을 내려놓으니 타격이 더 잘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주장으로 팀을 이끄는 것도 공부를 많이 한다. 그렇지만 주장을 다시 하라고 한다면 안 하고 싶다"고 웃었다.
올 시즌 오재원은 주로 5번과 6번 타순에서 뛰며 팀 타선의 허리 역할을 하고 있다. LG를 상대한 2일 경기에서는 오른쪽 무릎 통증(1일 LG 투수 신승현에 몸에 맞은 공) 때문에 쉬었다. 오재원은 3일부터 넥센을 상대로 세 경기를 한다. 올 시즌 넥센을 상대한 아홉 경기에서는 타율 0.257 1홈런 2타점을 올렸다. 상대할 넥센 선발투수는 앤디 밴 헤켄(35)이다. 오재원은 올 시즌 밴 헤켄을 만나 홈런, 타점 없이 타율 0.286(7타수 2안타)을 기록했다.
나석윤 기자 seokyun198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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