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운영위 여야 합의로 하루만에 개최…양해 부탁"
[아시아경제 김보경 기자] 이병기 대통령비서실장과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3일 오전 10시 열린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대면했다. 당청 관계 갈등의 중심에 서 있는 두 사람이 만난 운영위 회의장은 초반부터 긴장감이 감돌았다.
회의 시작 시간이 됐지만 청와대 측 관계자들만 배석한 채 여당 측 운영위원들은 10분이 지나서 회의장으로 들어왔다. 그 뒤 야당 측 위원들이 착석해 회의가 시작됐다. 운영위원장인 유 원내대표와 청와대 관계자들이 통상 운영위원장실에서 먼저 만나 인사를 나누는 관례와는 달라 이례적이라는 분석이다. 거취 문제로 압박을 받고 있는 유 원내대표는 평상시와 다름없이 차분한 모습으로 회의를 주재했다. 유 원내대표는 국회법 개정안, 인사청문회법 개정안 등 회의 상정 법안을 설명했다.
긴장된 분위기를 깨뜨린 건 야당이었다. 이춘석 새정치민주연합 원내수석부대표는 운영위 일정 연기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며 "먼저 운영위 파행 사태에 대해서 말하겠다. 운영위원장도 모르고 여야 간사, 운영위 행정실도 모르는 일이 벌어졌다. 여야 합의로 결정된 내용을 뒤집는 건 있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유 원내대표는 "정확히 모른다. 조해진 원내수석부대표가 하실 말씀 있나"라고 물었고, 조 원내수석이 자초지종을 설명하자 "약간 혼선은 있었지만 여야 합의로 하루만에 개최하기로 했으니까 양해 부탁드린다"며 회의를 진행했다.
이 비서실장은 인사말을 통해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에 대한 입장 표명만 했을 뿐 유 원내대표의 거취 문제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았다. 그는 "이번 메르스 사태로 인해 국민 여러분과 위원님들께 염려를 끼쳐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이어 "정부는 방역전문가, 지자체, 의료진, 온 국민과 함께 메르스 확산 방지를 위해서 총력 대응해 오고 있다"며 "메르스 사태가 완전 종식되는 순간까지 경계심을 늦추지 않고 방역 대응에 최선을 다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전체회의는 대통령비서실의 결산·업무 보고를 하는 자리지만, 유 원내대표와 이 비서실장 간에 어떤 대화가 오갈지 주목된다. 또한 국회법 개정안의 위헌성과 대통령의 국무회의 발언을 두고 청와대와 여야 의원들간의 공방도 예상된다.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는 이날 앞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운영위 개최를 놓고 청와대의 눈치를 살피고 있다. 국회 역사상 없던 일"이라며 "대한민국의 여당이 실종됐다. 새누리당은 국민의 머슴이 아니라 청와대의 머슴이 됐다"고 비판했다. 운영위 소속의 한 야당 의원은 회의에 앞서 "대통령비서실이 제대로 된 역할을 하고 있는 건지 의문"이라며 "대통령이 거부권 행사를 하게 된 배경과 타당성을 따져볼 것"이라고 밝혔다.
이 비서실장이 운영위에 출석해 유 원내대표를 만나는 건 지난 5월 이후 이번이 두 번째다. 만일 박(친박근혜)계 의원들의 주장대로 유 원내대표의 사퇴 시한이 오는 6일이 된다면 두 사람이 운영위에서 보는 마지막 만남이 될 수도 있다.
김보경 기자 bkly47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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