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프로테니스(ATP)와 여자프로테니스(WTA)를 통틀어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열리던 WTA 투어 코리아오픈 테니스대회 개최권이 최근 홍콩의 한 스포츠매니지먼트사로 넘어갔다. 이전까지 대회 개최권은 한솔제지가 보유하고 있었다. 그러나 한솔제지는 조동길 한솔그룹 회장(60)이 대한테니스협회장(2003년 12월~2013년 1월)을 그만둔 지 2년이 넘었고, 제지업종과 WTA 투어 대회 개최권이 큰 연관성이 없다는 점을 들어 권한을 포기했다.
따라서 내년부터(올해까지는 개최권 보유)는 국내에서 여자 테니스 상위 선수들의 경기를 볼 수 없다. 코리아오픈은 2004년에 시작돼 2011년까지는 한솔제지가, 2012년과 2013년은 KDB산업은행이, 지난해에는 기아자동차가 공식 후원을 맡아 명맥을 이었다. 그 동안 마리아 샤라포바(28ㆍ러시아ㆍ4위)와 아그니스카 라드완스카(26ㆍ폴란드ㆍ13위) 등이 거쳐간 국내 최대 규모의 테니스대회였다. 지난해 대회 총상금은 50만달러(약 5억6000만원)로, 전 세계 33개국에서 선수 200명이 출전했다.
최근 남자 테니스 정현(19ㆍ삼성증권 후원ㆍ79위)과 여자 테니스 이소라(20ㆍNH농협은행ㆍ367위) 등이 승승장구하고 있는 가운데 굵직한 대회가 사라져 아쉬움이 남는다. 국내에서 열리는 투어대회는 상징성이 크다. 톱랭커들의 국내 방문은 유망주들에게 동기를 부여한다. 우리나라 테니스의 위상과도 직결된다. 정현과 이소라 등이 나올 수 있었던 것도 이 같은 환경과 무관하지 않다.
대한테니스협회가 상황을 면밀히 확인하고 대응하지 못한 점은 아쉽다. 그러나 근본적인 어려움을 외면할 수는 없다. 기업으로서는 수익을 보장받기 어려운 테니스대회 운영에 투자하기 어렵다. WTA 투어 대회만 해도 한솔제지에서 KDB산업은행, 기아자동차로 후원사가 여러 차례 바뀌었다. 올해 개최권을 가진 한솔제지는 후원사를 구하지 못해 전전긍긍하고 있다. 주원홍 대한테니스협회장(58)은 "한솔제지에서 아직 스폰서를 구하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두 달 앞으로 다가온 대회를 서울에서 열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고 걱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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