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91홀 사투' 끝에 메이저 14승 사냥, 엘스 1994년 67년 만에 외국인 첫 챔프
[아시아경제 김현준 골프전문기자] "골프영웅들의 전쟁터."
2015시즌 두번째 메이저 US오픈(총상금 900만 달러)은 무려 115년 동안 당대 최고의 스타들이 우승 경쟁을 펼치면서 수많은 명승부를 연출했다. 주연은 역시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미국)다. 2008년의 '91홀 사투'가 대표적이다. 로코 미디에이트(미국)와의 18홀 연장전에 이어 서든데스까지 치른 끝에 기어코 메이저 14승째를 수확했다. 우즈의 메이저 우승시계가 7년이 지난 지금까지 여기서 멈춰있다는 게 아이러니다.
2008년 6월16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라호야 토리파인스골프장 남코스(파71ㆍ7643야드)에서다. 1타 차로 패색이 짙던 마지막 18번홀(파5)에서 3.5m 짜리 버디퍼트를 집어넣어 극적으로 연장전을 성사시킨 게 출발점이다. 문제는 이 대회 연장전이 '미국 내셔널타이틀'의 권위를 상징하듯 다음날 다시 18홀 스트로크플레이를 치른다는 점이다. 우즈는 당시 마스터스 직후 무릎수술을 받았고, 두 달 만에 코스에 돌아온 시점이었다.
미디에이트는 세계랭킹 157위의 하수였지만 연장전 역시 팽팽한 접전이 이어졌고, 18번홀에서는 우즈가 또 다시 1타 차로 열세에 놓였다. 326야드짜리 드라이브 샷에 이어 아이언으로 '2온'에 성공해 승부를 원점으로 돌리는 버디를 솎아낸 '18번홀의 마법'이 더욱 화제가 된 이유다. 7번홀(파4)에서 속개된 서든데스는 오히려 싱거웠다. 미디에이트가 벙커와 러프를 전전하며 '3온 2퍼트' 보기를 범해 자멸했다.
미국의 스포츠전문채널 ESPN은 이 장면을 2000년 이후 메이저대회 전체를 통틀어 최고의 명승부로 꼽았다. 우즈는 그러나 이 우승 이후 무릎 재수술과 8개월간의 재활 치료라는 혹독한 대가를 치러야 했다. 2000년에는 최저타 우승스코어(12언더파)와 최다 타수 차 우승(15타)이라는 진기록으로 명승부 목록에 이름을 추가했다.
'황태자' 어니 엘스(남아공)는 1994년 외국인 선수로 67년 만에 US오픈을 제패해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졌다. 콜린 몽고메리(스코틀랜드), 로렌 로버츠(미국)와의 18홀 연장전에 이어 서든데스 두번째 홀까지 가는 접전이 이어졌다. 톰 왓슨(미국)은 1982년 최종일 17번홀(파3)에서 파 세이브도 어려운 상황에서 기적의 칩 샷 버디로 잭 니클라우스(이상 미국)를 격침시켜 화제가 됐다.
페인 스튜어트(미국)의 1999년 우승은 가슴 아픈 사연으로 남았다. 1타 차 선두를 지키던 최종 4라운드 18번홀에서 4.5m 우승 파 퍼트를 성공시켜 필 미켈슨(미국)의 추격을 따돌렸다. 미켈슨이 부인 에이미의 첫 아이 출산을 대비해 마음을 졸였다(다음날 큰 딸 아만다가 태어났다)는 에피소드는 몇 달 뒤 스튜어트의 죽음에 덮였다. 비행기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켄 벤투리(미국)는 US오픈의 경기 방식까지 바꿨다. 불볕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1964년 최종일 36홀을 플레이하다가 일사병에 걸려 탈진했고, 의사는 "죽을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1, 2라운드는 각각 18홀씩, 최종일에는 36홀을 소화하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벤투리는 "죽어도 좋다"고 버티며 각소금을 입에 물었고, 마침내 토미 제이콥스(미국)를 이겨 생애 첫 메이저 우승을 차지했다. US오픈은 이듬해인 1965년부터 4라운드 방식으로 변경됐다.
김현준 골프전문기자 golf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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