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행, 24일 개봉 '연평해전' 30억 투자…국제시장·관상 등 흥행
産銀도 펀드 통해 간접투자…명랑 등 히트에 쏠쏠한 수익
[아시아경제 조은임 기자]# 2년전 기업은행의 문화콘텐츠금융부의 영화담당 직원은 한 영세제작사로부터 대출을 의뢰받았다. 제작사의 규모로는 대출 승인이 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감독을 직접 만나 영화 제작에 대한 의지와 콘텐츠의 가치를 높게 판단한 문화콘텐츠금융부는 대출이 아닌 '투자'를 결정했다. 투자규모는 '30억원'. 그간 영화 한 편당 3억~4억원을 투자한 것에 비하면 과감한 결정이었다. 이 영화가 바로 오는 24일 개봉하는 '연평해전'이다. 기업은행의 투자 결정과 비슷한 시기에 국민성금 모금도 진행되면서 제작비 80억원을 들인 대작으로 탄생했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IBK기업은행이 이달 개봉하는 연평해전에 30억원의 '통 큰' 투자를 했다는 사실이 전해지면서 은행권의 영화 투자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정 영화에 제작비를 지원하는 직접 투자부터 펀드 형태의 간접투자, 영화 흥행을 조건으로 한 상품 출시까지 다양하다. 기업은행의 '영화 사랑'은 남다르다. 가장 성적이 좋았던 작품은 '수상한 그녀'로, 3억원을 투자해 220%의 수익률을 올렸다. 국제시장과 명량, 관상 등 흥행에 성공한 작품에는 기업은행이 모두 이름을 올렸다. 현재 개봉 중인 영화 '악의 연대기'와 드라마 '화정''스파이''여왕의 꽃'도 기업은행의 투자작이다.
기업은행은 현재 50개의 거점 지점을 선정해 이곳에서 작품을 추천받거나 문화콘텐츠 금융부 직원들이 직접 시장에 나가 투자작을 발굴하고 있다. 올해에는 투자대상을 뮤지컬, 콘서트와 같은 공연과 종합편성채널의 드라마로까지 확대했다. 뮤지컬 '캐츠'에는 이미 5억원이 투자돼 5~6%대의 수익률이 예상되며, JTBC에서 방영됐던 '순정에 반하다'에도 상당액을 투자했다. 올해 목표 투자금액은 300억원 이상이다.
정성희 기업은행 문화콘텐츠금융부 팀장은 "투자작을 선정할 때는 제작의 효율성, 콘텐츠의 차별성, 완성도 등 세 가지를 본다"며 "올해 목표 수익률은 낮은 기준금리를 감안해 예금수익 정도로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산업은행은 아이디어브릿지 자산운용사에서 내놓은 CJ펀드에 투자를 하고 있는데 금액이 총 300억원에 달한다. 이 펀드를 통해 설국열차, 수상한 그녀, 명량, 국제 시장 등 흥행작 다수에 투자됐다. 산업은행은 내부적으로 직접 투자를 기획하다 전문성과 위험요소를 고려해 간접투자로 방향을 바꿨다. 그동안의 수익률은 영화의 2차 부가 판매가 발생하고 있어 아직 정확히 산정되진 않았지만 상당한 수준으로 알려졌다. 그간 기술금융실에서 집행해왔던 영화투자는 앞으로 벤처금융실에서 담당하게 되면서 좀 더 적극적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허영기 산업은행 기술금융실 팀장은 "CJ가 투자를 하거나 제작을 하는 영화를 중심으로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며 "영화 산업의 기반을 확대시키는데 목표를 두고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은행은 영화 관련예금 상품을 설계해 판매하고 있다. 상당수가 흥행성적과 연계해 우대금리를 제공하는 상품이다. 지난해 12월 출시한 영화 '변호인' 시네마정기예금의 경우 2.75%의 금리가 적용돼 20일간 473억원, 4094건의 실적을 올렸다. '상의원'을 내건 예금은 1000억원, 6086건을 기록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권의 콘텐츠 투자는 정책 차원에서 장려하는 신산업과도 연관이 크다"며 "기업은행, 산업은행 등 정책금융기관 위주로 투자가 이뤄지고 있으며, 시중은행들은 협찬을 통한 메세나 활동으로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은임 기자 goodn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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