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오주연 기자]중동호흡기질환(MERSㆍ메르스)으로 지난 일주일간 매일 불안감에 떨며 출퇴근을 반복했던 직장인들이 메르스 확산 이후 첫 주말을 맞았다. 이들은 화창한 주말날씨에도 교외 나들이는커녕 시내 사람들이 몰리는 곳이라면 일단 피하는 분위기다.
"가뜩이나 여름이라 손님도 많지 않은데 메르스 때문에 중국인 관광객들도 발걸음이 뜸해졌어요."
지난 6일 오후 노량진수산시장은 한산했다. 내국인들의 발걸음은 끊긴 채 중국인 관광객으로 보이는 이들만 모두 마스크를 쓰고 돌아다닐 뿐이었다. 상인들은 한숨을 내쉬며 이른 '떨이'를 시작했다. 갓 잡은 숭어 4마리가 1만원에 판매됐다. 이날 횟감을 사러 노량진수산시장을 찾은 현대차 직원 최모(42)씨 는 "부모님을 모시고 시내에 나가 외식을 하려고 예약했지만 메르스 때문에 그냥 집에서 먹기로 해 회를 뜨러 왔다"며 "밖에 나가 불안에 떨면서 식사하는 것보다 마음 편히 집에서 먹는 게 낫다"고 말했다.
마트 문화센터에도 여느 주말과는 달리 '유모차 부대'를 찾기 어려웠다. 카트에 어린 자녀를 태우고 쇼핑 겸 주말 여유를 즐기러 나오던 주부들이 집에서 좀체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IT개발회사에 근무하는 워킹맘 심모(39)씨는 4살배기 아들과 함께 이번 주말 예정됐던 대형마트 문화센터의 영유아 단기강좌를 취소했다. 심 씨는 "아이와 주중에 많이 놀아주지 못하기 때문에 가끔씩 주말 문화센터 강좌를 이용하는데 당분간 사람많은 곳은 피해야할 것 같다"며 "되도록 집밖에 나가지 않고 조용히 지내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평소 주말 저녁이면 젊은이들로 북적이던 강남역에도 인파가 눈에 띄게 줄었다. 1~2시간 전부터 미리 예약하지 않으면 자리잡기 쉽지 않았던 대형 레스토랑들로 이날만큼은 보다 손쉽게 입장이 가능했다.
여자친구와 함께 강남의 한 뷔페 레스토랑를 찾은 직장인 이모(34)씨는 "주말 마다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서 먹길래 오늘도 최소 30분 이상 기다려야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사람이 없어 금방 순서가 돌아왔다"며 "메르스의 영향으로 젊은 사람들도 외출을 꺼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주말이 끝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야 하는 직장인들은 마음이 편치 않다.
제약 연구개발사에 근무하는 직장인 윤모(32)씨는 "회사에서 단 한 명이라도 메르스 확진자가 발생할 시 일시 휴업에 들어간다는 공지를 받았다"며 "업무의 특성상 병원 외근자가 많아 메르스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아 불안하다. 다음 주중에도 부디 아무 일 없이 무사히 보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일산에서 여의도에 있는 온라인 출판사까지 매일 대중교통을 이용해 출근을 하는 박모(32)씨는 "메르스 바이러스가 병원 손잡이에서 검출됐다는 소식을 접한 후 버스나 전철 손잡이를 잡을 때마다 찝찝하다"면서 "최대한 환승을 줄여 노출을 최소화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오주연 기자 moon17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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