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 감염자 입원 병원의 불량 통풍 장치, 하나의 가설로 부상" 보도
[아시아경제 정종오 기자] '한국판 메르스'에 전 세계 과학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사이언스지는 5일(이하 현지 시간) 한국판 중동호흡기증후군(MERS, 메르스)에 대한 특집 페이지를 마련했다. 다른 지역의 메르스 감염과 달리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한국판 메르스에 대한 실시간 속보를 다루고 있다. 사이언스지는 5일 최초 감염자가 입원했던 병원의 '통풍 불량'이 한국판 메르스 급속 확산의 가설로 떠올랐다고 보도했다,
우리나라 메르스 변화 상황을 비중 있게 전하면서 '최초 감염자가 입원했던 병원의 불량한 통풍 환경이 하나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이종구 서울대병원 박사의 말을 인용해 통풍 환경이 좋지 않았던 병원이 한국판 메르스 급속 확산의 한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사이언스지는 어디까지나 이는 '잠정적 결론'에 불과하다는 전제를 깔았다.
평택성모병원에 입원했던 최초 감염자인 68살 환자가 지난 5월15일부터 17일 사이에 많은 사람들을 감염시켰다고 전했다. 당시 최초 감염자가 입원했던 평택성모병원은 작은 창문 하나만 있었고 통풍 장치가 불량했다는 점에 대해 한국 정부가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는 사실을 전했다.
이종구 박사는 사이언스지와 인터뷰를 통해 "(최초 감염자가 입원했던 병원은)조그마한 방에 에어컨이 가동되고 있었고 문은 닫혀 있었다"며 에어컨 장비에서 RNA 바이러스가 발견됐다고 밝혔다. 정부 조사에 참여하고 있는 관계자들로부터는 관련 설명을 듣지 못했다고 밝힌 사이언스지는 한국 질병관리본부 대변인이 '전문가들로 구성된 팀이 해당 병원의 통풍 시스템에 대해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는 내용을 언급했다.
불량 통풍 시스템이 원인으로 꼽히는 것에 대해 전 세계 전문가들은 아직 결론을 내기에는 이르다는데 의견 일치를 보이고 있다.
피터 벤 엠바렉 세계보건기구(WHO) 박사는 자신도 통풍장치에 문제가 있었다는 사실을 전해 들었다며 "우리가 가지고 있는 제한된 정보로는 아직 정확한 결론을 내기에는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한국 정부가 더 많은 정보를 제공해야 하고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드로스텐 독일 본대학 바이러스학자도 "병원의 통풍 장치 불량이라는 하나의 사실만으로 메르스가 급속히 확산됐다는 것을 설명할 수 없다"고 전제한 뒤 "만약 통풍 장치가 나빴고 최초 감염자의 바이러스 양이 많았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드로스텐 박사는 사우디아라비아의 메르스 감염자 수 십 명을 조사한 결과 다른 감염자와 달리 더 많은 바이러스를 가진 환자가 있었다는 통계를 인용했다. 감염자에 따라 호흡에서 방출되는 바이러스 양이 사람마다 다르다는 것이다. 한국판 메르스에서 최초 감염자의 경우 내쉬는 호흡에서 바이러스 양이 많았고 통풍 장치가 불량했다면 더 많은 사람이 감염될 수 있다는 가설이다.
사이언스지는 조만간 WHO 관계자들이 한국에 도착해 이번 메르스 사태에 대한 파악에 나설 것이라는 사실도 전했다. 한편 사이언스지는 메르스 감염자가 입원했던 병원 실명 공개를 거부했던 한국 보건복지부가 최근에야 기자 회견을 통해 병원 실명을 공개했다고 덧붙였다. 사이언스지는 이전 기사에서 '정보와 소통의 부재'가 한국판 메르스 공포 확산을 부추기고 있다고 분석한 바 있다. 또 관련 전문가의 분석과 대응은 없고 정치꾼들의 목소리만 높다는 것도 지적했다.
정종오 기자 ikoki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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