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 계획에 제동을 걸고 나선 미국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는 지독하기로 소문난 대표적인 벌처펀드다.
지난해 아르헨티나 정부를 기술적 디폴트에 빠뜨린 주범 중 하나가 바로 엘리엇이다. 엘리엇은 2001년 발생한 아르헨티나 정부의 디폴트(채무 불이행) 사건과 관련해 채무 재조정에 합의해주지 않았고 결국 13년 만에 다시 아르헨티나를 디폴트로 몰아넣었다.
아르헨티나는 2002년 국가 부도 당시 부도난 국채를 갖고 있던 채권단 중 93%와 채무 재조정에 합의했다. 하지만 미국 2개 헤지펀드, NML 캐피털과 아우렐리우스 캐피털 매니지먼트는 아르헨티나의 채무를 71~75% 탕감해주는 채무 재조정에 끝까지 동의하지 않고 원금 상환을 요구하며 아르헨티나 정부와 법적 다툼을 벌였다. NML 캐피털은 엘리엇 매니지먼트의 계열사로 조세피난처로 유명한 케이먼 군도에 주소를 두고 있다. NML과 아울렐리우스는 액면가 13억3000만달러의 아르헨티나 국채를 4800만달러 정도의 헐값에 사들인 뒤 소송에서는 액면가 전액을 상환하라고 요구했다.
아르헨티나에 앞서 2000년에는 페루가 엘리엇에 당했다. 엘리엇은 1996년 부도가 난 페루 국채 1140만달러어치를 사들인 뒤 페루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1998년 미국 법원은 엘리엇이 소송을 목적으로 페루 국채를 샀다며 페루 정부의 손을 들어줬으나 2000년 엘리엇은 이 판결을 뒤집고 5800만달러를 벌어들였다.
엘리엇에 당한 기업도 부지기수다. 엘리엇은 2003년 미국 프록터앤갬블(P&G)이 독일 웰라를 인수하면서 제시한 주가가 부당하다고 저지에 나섰고 수년간의 법적 분쟁을 거쳐 주가를 높이는 데 성공했다. 2005년에도 미국 유통업체 샵코를 한 사모투자펀드(PEF)에 매각하는 거래에 반대해 자신들의 샵코 지분 가격을 주당 24달러에서 29달러로 올려서 받아냈다. 2006년에는 인력 컨설팅업체 아데코가 독일기업 DIS를 인수해 비상장사로 만들려는 계획에 맞선 끝에 지분 가격을 주당 54.5유로에서 113유로로 끌어올린 바 있다. 델컴퓨터가 2013년 비상장사로 전환을 추진할 때에도 엘리엇은 델 지분을 대량 매수해 당시 델의 자사 주식 공개매수 가격을 끌어올려 수익을 취했다.
엘리엇 매니지먼트는 헤지펀드 업계 거물 폴 싱어가 1977년 창립했다. 엘리엇는 싱어의 가운데 이름이다. 본사는 뉴욕에 있다. 설립 후 연평균 수익률은 14.6%로 S&P500의 10.9%보다 높다.
싱어는 1997년 친구와 가족 자금 130만달러로 투자를 시작했다. 지금 엘리엇의 운용 자산은 260억달러에 이른다. 작년 포브스에 따르면 싱어의 재산은 약 19억달러다. 싱어는 빌 게이츠와 워런 버핏이 주도하는 '더 기빙 플레지'에도 서명했다. 더 기빙 플레지는 최소한 재산의 절반을 기부한다는 약속이다.
싱어 회장은 정치·사회적 이슈에도 적극 목소리를 높이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동성애자를 아들로 둔 싱어는 작년 11월 미국 중간선거에서 동성애자 권리를 옹호하는 공화당 후보에게 기부하는 등 총 930만달러의 자금을 공화당 측에 지원했다. 또 동성애자 차별을 금지하는 '고용차별금지법'의 의회 통과를 위해 공화당에 압력을 행사하기도 했다. 싱어의 아들은 현재 엘리엇의 런던 사무소를 이끌고 있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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