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민속박물관, 명주사 소장품 100여점 전시
[아시아경제 오진희 기자] 세계최초의 금속활자 인쇄술을 탄생시킨 인쇄 종주국 한국. 유구한 인쇄문화 속에 화려하게 꽃피운 우리 옛 판화의 아름다움을 서울에서 감상할 수 있다.
강원도 원주 명주사 고판화박물관 소장품을 옮겨와 소개하는 '인쇄문화의 꽃, 고판화' 전시가 오는 3일부터 7월 20일까지 서울 경복궁 국립민속박물관에서 열린다. 명주사 고판화박물관은 학술적ㆍ예술적 가치가 높은 옛 판화를 수집, 연구해 온 사립박물관으로, 이번에 이곳 소장품 100여점이 소개된다.
'판화'는 인쇄와 회화의 특성을 동시에 지닌다. 지식과 정보를 세상에 전파하는 인쇄매체이면서, 인간의 소망을 담은 구복적인 의미로도 쓰인다. 더불어 일상에서 미적 장치로 이용된 문양판화나 대중예술로서의 회화판화도 있다.
유교덕목의 실천과 보급을 위해 간행된 '오륜행실도 목판(五倫行實圖 木板)', 아미타불의 자비를 찬양하고 염불을 외워 정토 왕생을 권하는 '덕주사판 불설아미타경(德周寺版 佛說阿彌陀經, 강원유형문화재 152호)', 효도의 경전으로 널리 읽혀졌던 '흥복사판 목련경(興福寺版 目蓮經)' 등은 정보 매체로서의 기능을 지니고 있다.
판화는 또한 자비로써 중생을 구제하는 보살인 관음을 표현한 '선암사 오도자 관음보살(仙岩寺 吳道子 觀音菩薩)'처럼 우리나라 대중불교의 확장에 영향을 주기도 했으며, 나쁜 기운을 막고 복을 가져오는 '삼재(三災) 부적', '호작도(虎鵲圖)' 등 선조들이 정성을 담아 새긴 것들도 있다.
일상의 아름다움을 가꾼 판화로는 책표지를 장식한 능화판화, 사군자를 소재로 한 화훼도(花卉圖)의 유행을 엿볼 수 있는 '묵죽도(墨竹圖)', 다색판화로 제작된 '십장생도(十長生圖)' 판화를 예로 들 수 있다. 이번 전시에는 특히 한국 회화에 큰 영향을 준 중국의 화보(畵譜)인 '개자원화전(芥子園畵傳)' 초간본, 일본 히로시게(安藤廣重, 1797~1858년)의 우키요에(浮世畵) '야마나시의 사루하시 풍경(甲陽猿橋之圖)'이 최초로 공개돼 한중일 삼국의 판화를 비교해 볼 수 있다.
전시 기간 중인 다음달 5일엔 박물관 대강당과 로비에서 한국과 일본 판화의 비교를 주제로 하는 국제학술대회도 열린다. 전시 종료 후에는 오는 9월부터 명주사 고판화박물관에서 순회전시를 한다.
오진희 기자 valer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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