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가스도 없이 26년간 3대 선조 모시고 사는 김후덕· 심정숙씨 부부”
“채대섭 학교면장을 비롯한 공무원들 발굴 ~전기·가스시설 설치완료”
“26년만에 빛을 본 김후덕· 심정숙부부, 이제 천석꾼도 안 부러워”
“채대섭 면장, 이제 라면 대신 따뜻한 밥을 드시고 건강하세요”
[아시아경제 노해섭 ]우리 조상들은 부모님이 돌아가시면 탈상할 때까지 3년 동안 묘소 근처에서 움집을 짓고 시묘살이를 했다. 요즘엔 이런 모습을 거의 보기 힘든데 3대의 선조를 모시고 시묘살이를 하고 있는 효심 깊은 부부가 있어 화제다.
전라남도 함평군 학교면 대곡마을 산기슭에서 부모님, 할아버지 할머니· 증조부까지 3대의 선조를 모시고 26년째 시묘살이를 하고 있는 김후덕(95)·심정숙(83)씨 부부.
이 부부는 산소주변에서 잡초를 제거하면서 밤낮으로 3대의 선조의 묘를 살핀다.
이들은 왜 이런 생활을 하는 것일까.
김후덕씨는 과거에 잘나가는 목수였다. 그래서 지금 살고 있는 집도 혼자서 지었다.
어렵게 살았던 당시 부모님이 죽기 전에 앞이 훤하게 보이는 집에서 살고 싶다는 유언을 받아들여 집터를 구입하기위해 수 없이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공기 좋고 물 좋은 영산강이 보이는 집터를 잡고 이곳에 3대의 선조를 모시고 있다는 것.
이 부부는 26년 동안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 냉장고, 전기밥솥 등 가전제품을 일체 사용하지 못하고 저녁이면 암흑 속에서 생활을 했다. 고령의 나이로 해가 갈수록 활동능력이 떨어져 200여 미터 되는 산기슭까지 쌀과 부식을 나를 수가 없어서 컵라면을 주식으로 연명했다.
이 부부는 처음 2500여 평의 땅을 구입해 사용하다가 1000여 평을 팔아넘기고 이제는 1200여평의 땅에서 전기도 없고, 물도 마을에서 길러다 먹을 수밖에 없었다.
김후덕 할아아버지는 전기를 끌어오기 위해 10여 년 동안을 노력을 했으나 끝내 그 꿈을 이루지 못했다.
전기가 없어 더욱이 안전관리에 필수품인 휴대폰을 충전할 수 없어 동절기나 집중호우, 또한 칠흑 같은 어둠에서 낙상을 당할시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이 전무했다.
이러한 딱한 소식을 들은 함평군 학교면사무소 채대섭 면장을 비롯한 공무원들이 사레관리를 통해 다방면으로 지원방안을 모색해 발 벗고 나섰다.
이에 학교면은 지역자원연계를 통해 3개월 동안 인근 땅 소유자를 설득해 전봇대를 세우고 학교가스에서 가스렌즈를 지원받아 설치하고, 중고냉장고를 구입해 드려 생활하는데 어려움이 없도록 삶의 공간을 마련해주었다.
김후덕·심정숙씨 부부는 “채대섭 면장을 비롯한 공무원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전기와 가스를 제공해주셔서 어디다 말할 수 없이 기쁘고 감사하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또한 이 부부는 “이제 전기와 가스도 들어 오고해서 천석꾼도 부럽지않다”며 “더욱더 건강을 되찾아 부모님께 공을 갚고 후손들이 잘되기를 바라면서 선조들을 정성껏 모시겠다”고 말했다.
채대섭 학교면장은 “올 1월에 학교면으로 발령받아 근무하면서 우리지역에 에너지 빈곤가구가 있을 줄 생각지도 못했는데 지역자원의 적극적인 협조로 주민의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어서 기쁘다”고 말했다.
또한 “칠흑같은 암흑 속에서 생활하고 계시는 부모님 같은 분이 전기시설과 가스를 설치해주셔 너무 감사하다고 연신 손을 잡고 인사를 하자 눈시울 붉어졌다”며 “이제 제발 라면 드시지 마시고 밥을 해서 드시라고 간곡히 부탁하면서 건강하게 오래오래 살았으면 좋겠다”고 덧붙었다.
시대가 바뀌면서 부모를 봉양하는 방식은 달라졌지만 변하지 않는 존경과 사랑의 마음은 자손들의 마음에 대를 이어 고스란히 전해지고 있다.
노해섭 기자 nog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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