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임철영 기자, 김민영 기자]시행 10년째를 맞은 기술성장기업 특례상장제도가 절반의 성공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상장사 대부분 주가가 큰 폭으로 오른 반면 실적은 기대치에 미달하는 경우가 많았고, 일부 기업은 수 년째 적자상태에 머물고 있다. 금융당국이 올해 기술성장기업 특례상장 대상을 일반 중소기업까지 확대적용, 유망기술을 보유한 더 많은 기업에게 문호를 개방했지만 제도 안착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할 전망이다.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005년 이후 기술성장기업 특례상장제도를 통해 코스닥시장에 입성한 기업의 수는 15개사로 집계됐다. 올들어 상장예비심사 절차를 밟고 있는 2개사가 추가로 상장되면 17개사로 늘어난다. 과거 10년 동안 연평균 1~2개가 이 제도를 통해 상장된 셈이다.
특례제도를 통해 증시에 입성한 기업들의 몸집은 그동안 크게 불었다. 특례상장 1호 기업 바이로메드의 시가총액은 상장 이후 현재까지 1290% 증가한 1조9500억원에 달했다. 인트론바이오가 1097%, 아미코젠 523%, 제넥신 505%, 이수앱지스 235%, 디엔에이링크 226% 등 15개 상장사 중 13개 기업의 시가총액이 상장 이후 늘었다. 당장 눈에 보아는 '영업실적'보다는 바이오기업의 '성장성'에 대한 기대가 높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올 들어 주가 상승세는 더욱 가팔라졌다. 지난 2005년 1호로 증시에 입성한 바이로메드의 주가는 올들어 260% 이상 급등해 주당 13만원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상장 당일 시초가 3만원 대비 4.5배에 달한다. 지난 2011년에 상장한 인트론바이오의 주가 상승률은 올 들어 347%에 달했다. 주가는 상장 당일 시초가 1만2200원 대비 4배 이상 오른 4만원에 후반에서 거래되고 있다. 지난 2013년 코스닥 시장에 이름을 올린 아미코젠 역시 올들어 주가상승률 179%를 기록했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임상실험이 진행 중이거나 연구개발 단계이다 보니 실적으로 반영 안 된 회사들이 많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가총액이 감소한 회사가 2개사에 불과한 이유는 시장이 향후 성장 잠재력을 더 긍정적으로 평가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불어나는 몸집에 비해 부진한 실적은 잠재된 리스크로 꼽힌다. 바이오 제약기업의 특성상 보유한 기술이 상용화 돼야 매출이 발생한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상당수 기업의 실적이 부진한 상황이다. 지난해 15개 상장사 중 9개 상장사가 영업손실을 기록했고, 이 중 8개 상장사의 적자폭이 확대됐다. 지난해 흑자를 기록한 기업은 바이로메드, 인트론바이오, 코렌텍, 인트로메딕 등 6개사에 불과했다. 흑자를 기록한 상장사가 전체 상장사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 것이다.
바이오업종에 편중된 상황도 해결해야할 숙제다. 상장을 앞둔 2개사를 포함해 17개 상장사 중 항공기 동체 부품을 제조하는 아스트를 제외하고는 바이오 기업이 16개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는 2005년 3월 기술상장특례 도입 당시 상장 신청이 가능한 업종이 바이오 벤처기업에 제한됐던 영향이 컸다. 이후 2013년 4월에서야 바이오기업 이외의 제조업체도 적용 대상이 됐고, 지난 4월에는 한국거래소가 관련제도를 손질하면서 중소기업 역시 이 제도를 통해 상장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과거엔 벤처기업만 됐는데 이번 제도 개편을 통해 중소기업 등 점점 범위가 확대되고 있는 추세"라면서 "올해는 바이오기업이 아닌 기업도 이 제도를 통해 상장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철영 기자 cylim@asiae.co.kr
김민영 기자 argu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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