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문승용]
"철쭉·꽃무릇·복분자, 계획대로 심어지지 않았다" 지적
한국농어촌공사 화순지사 "벌개지목에 심었다" 말 바꿔
한국농어촌공사 화순지사가 '화순 유천지구 농업농촌테마공원 조성사업'과 관련, 사업비를 부풀려 예산을 빼돌렸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 사업은 국비 25억원, 지방비 25억원 등 총 50억원의 사업비를 투입해 화순군 동복면 유천리 일원 6,823㎡에 공원 및 주차장, 쉼터, 산양삼 체험공간 등을 조성하고 등산로도 새로 만드는 사업이다. 2009년 2월에 착공해 2013년 12월 준공됐다.
그러나 다수의 제보자들에 따르면 농어촌공사는 이 사업의 조경 공사로 터무니없이 많은 나무와 꽃들을 심는 것처럼 예산을 세워놓고 실제로는 일부 밖에 심지 않아 '예산 빼돌리기'라는 의혹을 사고 있다.
농어촌공사 화순지사는 "산양삼 체험공간인 허브원과 약초원, 산책로 등 500여평에 철쭉 11만그루, 꽃무릇 13만포기, 복분자 3만3000그루 등 총 27만3000그루를 심었다"고 밝혔다.
설계에 반영된 철쭉의 크기는 가로·세로 30㎝로 돼 있다. 철쭉 11만그루를 500여평에 심었다면 평당(3.3㎡) 220그루의 철쭉이 심어졌어야 한다.
그러나 철쭉 식재 현장을 확인한 결과, 3.3㎡(1평)당 72그루 정도의 철쭉이 심어져 있었다. 전체 식재면적이 500여평이라면 3만6000그루를 심은 셈이다. 예산에 반영된 11만그루와 크게 차이가 난다. 꽃무릇 13만포기와 복분자 3만3000그루도 제대로 심어져 있지 않았다.
A건축설계사무소 관계자는 “꽃나무 등을 활용해 광고·홍보용 글씨나 무늬를 만들 경우에는 빽빽하게 심어야 하기 때문에 500평에 11만그루를 심는 경우도 있지만 산책로와 화단을 조성할 때는 철쭉의 크기에 맞춰 설계를 하기에 500평에 11만그루를 심었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런 지적에 대해 농어촌공사 화순지사 관계자는 당초 해명과는 달리 "벌개지목 2,350평에 심었다"고 말을 바꿨다.
그러나 조경사업 시공업체인 K개발 관계자는 “화순지사의 답변은 잘못됐다”고 밝혔다. “벌개지목이 아닌 등산로 전 구간에 2m의 폭으로 철쭉을 심었고 암반구간에 심지 못한 철쭉은 체험공간(휴게쉼터 우산각) 입구 쪽에 심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산책로 대부분에는 철쭉(30㎝)이 한 줄 또는 두 줄, 최소·최대 간격 25~60㎝로 심어져 있다. 산책로 200여m 구간에서는 철쭉을 아예 심지 않은 곳도 확인됐다. 암반구간이 아닌데도 철쭉을 심지 않은 곳도 여러 군데였다.
또 복분자의 경우 다년생인 까닭에 지지대로 나무를 엮어주는 게 보편적인데 실제로는 확인되지 않았다. 꽃무릇 역시 개화시기가 아니어서 식재 여부가 불분명했다.
식재 관련 자료의 확인을 요구했으나 농어촌공사 화순지사는 이를 거부했다. "조경예산 부풀리기'라는 의혹이 짙어지는 대목이다.
농어촌공사 화순지사 관계자는 “철쭉류와 꽃무릇은 전체 식재했다”며 “복분자는 일부 말라죽어 화순군과 협의를 거쳐 오는 7~8월에 보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설계에 반영된 철쭉 한 그루의 가격은 2500원, 노무비는 그루당 1000원 정도다. 설계에 반영된 11만그루에서 표본조사로 확인된 3만6000그루를 뺀 나머지는 7만4000그루다. 단순계산으로 7만여그루가 심어지지 않았다면 그루당 3500원(철쭉가격·노무비)의 예산을 감안할 때 2억원 이상이 과다계상 됐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문승용 기자 ms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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