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종의 연기금 리포트]1년수익률 부진하면 자금회수…단기성과 치중 우려
[아시아경제 이승종 기자] 국민연금이 올 하반기부터 위탁운용 성과를 매일 모니터링하기로 했다. 특히 1년 수익률이 벤치마크(BM) 대비 9%를 밑도는 상황이 사흘 연속 발생하면 위탁자금 전액을 회수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관련, 업계 일각에선 장기투자를 해야 할 국민연금이 지나치게 단기성과에 치중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위탁운용 사후관리 지침을 마련하고 지난 2월 거래사들에게 통보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지침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국내주식 위탁운용에 있어 기존에 분기마다 하던 수익률 점검을 오는 7월1일부터는 매일 하기로 했다. 위탁운용사에 맡겨놓은 자금의 수익률을 매일 점검하겠다는 얘기다.
점검 결과 1년 수익률이 BM 대비 4%를 밑돌면 자금배정을 제한하고, 7%를 하회하면 위탁자금 30%를 회수한다. BM 대비 9%를 밑도는 수익률이 사흘 연속 이어질 경우 위탁자금 전액을 회수키로 했다. 국민연금의 위탁운용 관리는 정기평가와 상시관리로 나뉘는데 이번 지침은 상시관리의 일환이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지난 1년 동안 기금본부 내에 태스크포스(TF)를 꾸려서 마련한 위탁체계 개편내용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 2월 발표한 위탁운용 정기평가 때 1년수익률 비중을 추가하는 것과 별개로 시행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민연금이 1년 수익률을 매일 들여다보겠다고 나서자 전문가들은 단기 수익률 평가 쏠림에 우려하는 모습이다. 국민연금 기금운용의 뼈대를 이루는 재정추계는 향후 70년을 내다본 전망이고, 기금본부는 이를 근거로 5년마다 중기운용계획을 마련하고 있다. 수십년 후를 고려해야 하는 국민연금이 단기 수익률 관리에 지나치게 치중한다는 지적이다. 한 연기금 관계자는 "그동안 국민연금이 고수해 온 장기투자 철학이 빛 바래지는 모습"이라고 했다.
장기투자나 가치투자를 지향해 온 운용사들은 국민연금의 이번 개편에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다. 자금회수를 당하지 않으려면 매일 1년 수익률을 관리해야 한다. 국민연금과의 거래 실적이 중요한 금융투자사들에게 자금회수는 가장 피하고 싶은 조치다. 한 거래사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투자운용철학을 바꿔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며 "국민연금이 방향을 정한 이상 앞으로 운용사들은 1년 수익률에 목 맬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국민연금 측은 "사후관리 차원의 지침 변화이고 장기 수익률 중심의 평가 기조는 유지한다는 게 우리의 방침"이라면서도 "국민연금 수익률 부진을 두고 외부서 여러 지적들이 많다보니 안에서도 고민이 많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말 현재 위탁운용 자산은 165조원으로 전년 대비 20조5000억원(14.2%) 증가했다. 전체 기금 대비 위탁비중은 35.1%이고, 국내주식 위탁 규모는 49조6000억원에 달한다.
이승종 기자 hanaru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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