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임온유 기자] 배우 손현주(50)가 또다시 '스릴러'를 선택했다. SBS 드라마 '추적자(2012)'로 연기대상을 거머쥐고 영화 '숨바꼭질'로 관객 500만 명을 사로잡은 그다. 스릴러 연기로 배우 인생 정점에 오른 그가 영화 '악의 연대기'로 다시 한 번 같은 장르에 도전한다.
6일 오후 서울 성동구 왕십리 CGV에서 '악의 연대기' 언론시사회 및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손현주는 작품 선택의 이유로 첫째도, 둘째도 '시나리오'를 꼽았다. 그는 "이 시나리오가 영화로 만들어지면 어떤 모습일지 궁금했다. 장르에 상관없이 시나리오가 재밌고 탄탄하다면 또 스릴러를 선택할 것이다"고 말했다.
추적 스릴러 '악의 연대기'는 특진을 앞두고 우발적으로 사람을 죽인 '최창식 반장'(손현주)의 이야기다. 그는 자신의 범죄를 은폐하려 사건을 조작하고 재구성한다. 하지만 동료 경찰들이 수사망을 좁혀오고 그의 불안감은 커져만 간다. 그러던 중 자신이 살인 사건의 범인이라 말하는 의문의 남자 '김진규'(최다니엘)가 나타난다. "제가 죽였습니다. 최반장님을 불러주세요." 얼마 지나지 않아 최반장은 예상치 못한 결과를 낳은 자신의 과거와 마주하게 된다.
'악의 연대기'는 반전에 반전을 거듭할 뿐 아니라 가해자와 피해자를 뚜렷하게 구분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영화는 한 사람이 악마로 변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을 보여주고 관객에게 '너라면?'이라고 묻는다. 그러나 아쉬운 점은 '악의 연대기'에서 지울 수 없는 영화 '끝까지 간다(2013)'의 그림자다. 경찰이 주인공이고, 주인공이 우발적 살인을 저지른 뒤 그 사건을 직접 조사하고 은폐한다는 점에서 두 영화는 비슷하다. 백운학(53) 감독은 "'끝까지 간다'는 잘 만든 상업영화다. 시작 부분이 유사하다는 점은 인정한다. 하지만 '악의 연대기'는 카메라를 인물의 감정에 가까이 대고 관객들과 그 감정을 나누는 그런 영화다. 영화를 끝까지 본다면 둘이 다른 영화라고 생각할 것이다"고 말했다.
이렇듯 백 감독은 '감정' 표현을 충실히 해냄으로써 다른 스릴러물과 차별화하고자 했다. 이러한 노력의 중심에 손현주가 있다. 백 감독은 "손현주의 연기는 굉장하다. 시선이나 표정 등 놓치기 싫은 것들이 너무 많아서 편집할 때 많이 아쉬웠다"고 이야기했다.
손현주는 단벌 복장에 별다른 분장도 없이 연기했다. 오로지 표정과 목소리, 눈빛만으로 최반장이 되어야 했다. 그는 "가장 중점을 두었던 부분은 마동석(오형사 역) 등 동료 형사들에게 (진실을) 감추는 연기였다. 처음부터 끝까지 그런 연기를 해야 하니 힘들고 외로웠다"고 했다. 극 후반부로 갈수록 두려움과 불안함, 초조함과 혼란스러움이 혼재하는 그의 눈은 더욱 붉어져간다. 그 와중에 각 장면마다 미묘하게 차이나는 감정들을 다른 비율로 쏟아내니 손현주의 연기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최다니엘의 광기어린 변신이 돋보인다. 분량이 많진 않지만 베일에 싸인 채 뿜어내는 그의 환각적인 연기는 극의 분위기를 지배한다. 마동석의 선 굵은 연기는 불행인지 다행인지 이전과 다름없다. 영화 전개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신참 형사 박서준의 연기가 임팩트 없이 심심해 아쉽다. 5월14일 개봉
임온유 기자 io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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