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퓰리처상 수상자 등을 포함한 세계적 역사학자 187명이 6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에게 위안부 문제와 관련한 역사적 사실을 왜곡하지 말고 정면으로 인정하라는 집단성명을 발표했다.
퓰리처상을 수상한 허버트 빅스(미국 빙엄턴대학), 디어도어 쿡·하루코 다야 쿡(미국 윌리엄 패터슨 대학), 존 다우어(미 매사추세츠공과대학), 에즈라 보겔(하버드대), 브루스 커밍스(시카고대), 피터 두스(스탠포드대) 등 미국과 유럽, 호주에서 활동 중인 일본학 전공 역사학자 187명은 이날 연합뉴스를 통해 '일본의 역사가들을 지지하는 공개서한'이라는 제목의 집단성명을 공개했다. 공동성명은 외교경로를 통해 아베 총리에게도 직접 전달됐다.
이들은 성명에서 "일본 연구자들은 아시아에서 제2차 세계대전에 대한 정확하고 공정한 역사를 추구하는 일본의 용기있는 역사학자들과 연대할 것"이라며 "역사해석의 문제가 전후 일본이 이룬 성과를 축하하는 데 장애물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학자들은 "20세기에 있었던 수많은 전시 성폭력과 군 주도의 성매매 사례 중에서도 위안부 제도는 방대한 규모와 군 차원의 조직적 관리 등에서 특히 두드러진 사례"라며 "피해 국가가 피해자들의 고통을 악용하는 일 뿐만 아니라 피해자들에게 있었던 일을 부정하거나 무시하는 일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비판했다.
아베 정부가 일본군이 위안부를 강제동원한 사실을 부정하는 데 대해서는 "일부 역사가들이 위안부에 대한 다른 주장을 내놓기도 하지만, 많은 여성들이 자신의 의지에 반해 붙잡혔고 끔찍한 야만행위의 제물이 됐다는 증거는 분명하다"며 "올해는 일본 정부가 말과 행동을 통해 식민 지배와 전시 침략 행위를 다룸으로써 일본의 지도력을 보일 기회가 될 것"이고 말했다.
성명에 참여한 역사학자들은 모두 사학계에서 높은 명성과 영향력을 가진 인사들로, 이번 성명으로 지난달 29일 상·하원 합동연설에서 위안부 문제를 비롯한 과거사 문제에 대해 사과를 외면했던 아베 총리의 방미 행보가 역풍을 맞게 됐다. 앞서 지난 2월 5일에도 미국 역사협회(AHA) 소속 역사학자 20명이 위안부와 관련해 일본 정부를 비판하는 성명을 발표한 바 있다.
이지은 기자 leez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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