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현준 골프전문기자] 홀 당 평균 퍼팅 수 1.47개, 4라운드 동안 '3퍼팅'은 딱 세 차례.
세계랭킹 2위 조던 스피스(미국)의 마스터스 우승 당시 퍼팅 기록이다. 그것도 '유리판 그린'으로 악명 높은 오거스타내셔널골프장에서다. 300야드를 넘는 장타를 앞세워 공격적인 플레이를 즐기는 스피스의 주 무기가 퍼팅이었다는 대목이 오히려 놀랍다. 특히 2m 이내의 짧은 퍼팅에서는 홀을 바라보는 독특한 루틴으로 아마추어골퍼들의 시선을 끌었다. 스피스의 '짠물퍼팅'을 분석했다.
일단 스피스의 홀을 바라보는 셋업이 첫번째 관심사다. 롱퍼팅은 정상적인 스탠스, 2m 이내의 짧은 퍼팅에서는 그러나 시선이 홀을 향한다. 아마추어골퍼들은 보통 코치들에게 "헤드업을 하지 말라"는 소리를 귀가 따갑게 듣는다. 골프에서는 사실 필드 샷이든 퍼팅이든 임팩트 과정에서 공을 끝까지 보는 게 중요하다. 컨택이 정확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스피스의 퍼팅은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본지에 <슈퍼모델 이선진의 스킬 샷>을 연재하고 있는 최명호 프로(47)는 "홀이 아니라 자신이 구상한 공과 홀을 잇는 퍼팅 경로 상에 공을 올려놓는 것"이라며 "선수들은 끊임없이 퍼팅 연습을 하기 때문에 컨택에는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바로 '노승열 사부'로 유명한 국내 최고의 토종교습가다. 지금은 중국으로 건너가 활동하고 있고, 지난 1일에는 중국 국가대표팀 감독에 취임했다.
"예전에 '퍼팅 귀신'으로 유명한 샘 스니드는 공 옆에 서서 홀을 바라보면서 오른손으로만 퍼터를 잡고 연습 스윙을 하면서 퍼팅 경로를 구상했다"는 일화를 소개했다. 아마추어골퍼들을 위해 "짧은 거리에서는 홀을 향해 부드럽게 밀어치는 효과가 분명히 있다"며 "이를 위해서는 다만 견고한 컨택을 위해 평소 충분한 연습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3퍼팅 방지'라는 아마추어골퍼들의 로망을 위해 최 프로가 강조하는 퍼팅 루틴을 다시 한 번 정리했다. 먼저 페이스를 직각으로 유지하는 게 핵심이다. 열리거나 닫히면 제아무리 퍼팅 라인을 정확하게 설정해도 아무 의미가 없다. 페이스가 열리면서 공을 컨택하면 훅 라인에서도 공이 오른쪽으로 가는 기이한 현상이 벌어진다. "어깨와 양쪽 팔이 이루는 삼각형을 유지하라"는 이유다.
스트로크 과정에서는 퍼터 헤드를 낮게 유지해야 한다. 번쩍 들었다 내리치면 임팩트 순간 헤드 페이스가 좌우로 틀어질 확률이 높고, 헤드를 '쭈욱~' 밀어주지 못하면 공이 미끄러지는 스키드 현상이 발생해 홀 앞에서 멈추는 요인이 된다. 홀 주위는 핀을 뽑다 보면 항상 도톰하게 올라오기 마련이다. 짧은 퍼팅에서 무턱대고 강하게 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직진성이 좋아야 홀을 돌파할 수 있다.
롱퍼팅은 반면 '속도'가 우선이다. 속도가 강하다면 굴러갈수록 휘어지는 정도는 엄청나게 차이가 난다. 평소 연습그린에서 5m, 10m, 15m 등 자신만의 잣대를 만든다. 실전에서는 먼저 홀을 중심으로 반경 1m 정도의 원을 그려 가상의 타깃을 설정하고 다음 퍼팅이 오르막이 되도록 만드는 게 중요하다. 경사가 심하다면 공이 휘어지는 변곡점부터 찾아낸 뒤 여기를 향해 셋업을 완성한다.
김현준 골프전문기자 golf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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