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 되는 특허 만들기, 에디슨 같은 끈기 필요
특허는 곧 발명이다. 발명에 얽힌 불후의 일화가 있다. 미국의 양치기 소년 조셉과 가시철조망 이야기다. 농장의 양들이 가시가 난 장미넝쿨을 피해 철사 울타리로 탈출하는 것을 보고 가시철조망 특허를 내 11 명의 회계사가 일 년을 계산해도 못 할 정도로 돈벼락을 맞았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일화에서 우리가 미처 모르는 사실이 있다. 조셉의 발명 이전에도 가시철조망과 유사한 발명들이 있었지만 조셉이 가장 먼저 특허를 냈을 뿐이었다는 것, 그리고 조셉의 특허 이후에도 수백 가지의 가시철조망 특허가 추가됐다는 것이다. 즉, 특허의 핵심은 ‘누가 먼저 내느냐’와 ‘한 번 특허가 영원한 특허인 건 아니다’라는 것이다. 특허출원과 보호, 사업화 전문가가 쓴 ‘특허는 어떻게 돈이 되는가’가 독자에게 말하려는 핵심도 이것이다.
물론 조셉의 사례가 그 시절 그 노래인 것은 절대 아니다. 미국의 퀄컴이라는 회사가 핸드폰 특허로 삼성전자 등 제조사로부터 막대한 로열티를 앉아서 챙긴다는 것은 너무 진부하다. 영국의 닉 달로이시오라는 15세 소년이 학교 숙제를 빨리 끝내고 놀고 싶은 마음에 인터넷에서 검색된 정보들을 요약해주는 ‘섬리(Summly’라는 앱으로 백만장자가 됐다는 것이 최근의 일이다.
그럼에도 일반인에게 ‘특허’라면 여전히 딱딱하고 먼 세계의 언어이다. 이 책 역시 특허의 발상, 출원, 시제품과 사업화까지의 모든 이야기들을 담고 있긴 하나 남다른 점이라면 발명과 특허에 얽힌 역사적 에피소드들, 장자와 손자병법, 생물생태, 문화인류, 창의교육, 경영경제 등의 영역을 무시로 넘나들며 유연하게 풀어 쓴 저자의 인문학적 내공이다.
저자에 따르면 2013년 우리나라 기업들은 월 평균 15.3 건의 특허소송을 당했다. 그 중 70%가 미국의 법인들에 의한 것이다. 삼성과 애플의 특허 대전에 가려 눈에 띄지 않지만 이른바 ‘특허괴물’로부터 공격당하는 중소기업들의 애로가 자못 심각하다. 특허를 아는 것과 확보하는 것이 기업 생존의 관건이 됐다는 것이다.
미래 국가 존망의 3 대 요소는 물, 식량, 에너지다. 이 세 가지의 안정적인 확보가 모두 만만찮은 게 현실인 우리나라가 기댈 것은 창의성뿐이라는 것이 저자의 지적이다. 물론 창의성이 제대로 경쟁력을 가지려면 특허가 수익을 올리는 비즈니스 모델로 귀결되는 일상적 시스템 정착이 우선돼야 한다. 저자는 그 대목에서 ‘창업국가 이스라엘의 특허정신과 교육’을 들이댄다.
SNS 벤처기업 페이스북의 창업자는 원래 네 명이 아니라 조 그린(Joe Green)이란 젊은이가 한 명 더 있었다. 그는 하버드 대학교 교수인 아버지의 완고함에 막혀 친구인 마크 주커버그가 페이스북을 창업하기 직전에 절교를 해야 했다. 완고함이 창의교육의 적이라는 저자가 간명하게 든 사례다.
전구의 빛을 내는 필라멘트를 위해 2천 번 넘게 실험에 실패한 에디슨이 “전구에 불이 들어오지 않는 2천 가지 방법을 알았을 뿐”이라며 실험을 계속했던 것처럼 돈이 되는 발명과 특허의 핵심은 ‘사랑, 관심, 끈기’이다. (특허는 어떻게 돈이 되는가 / 문춘오 / 미래지식 / 1만 8천 원). 북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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