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물나온 KDB대우·이베스트證 등 매각작업 진척없어
[아시아경제 유인호 기자]증권주가 급등하면서 인수합병(M&A)을 진행 중인 증권사들이 딜레마에 빠졌다. 몸값이 뛴 것은 좋은데 인수 희망자 입장에선 부담이 커지면서 M&A 진도가 제자리 걸음이다.
21일 투자금융 업계에 따르면 M&A시장에 매물로 나온 KDB대우증권, 이베스트투자증권의 최근 매각 작업이 큰 진척을 보지 못하고 있다. 주가가 급등하면서 당초 예상보다 비싸진 몸값에 원매자를 찾기가 쉽지 않아졌다는 분석이다.
실제 대우증권의 몸값은 올초 보다 1조원 이상 증가한 3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올초 보다 70% 이상 증가한 현 주가(1만7000원)를 기준으로 산업은행 보유 지분율(43%)에 경영권 프리미엄까지 고려한 매각 가격이 최대 3조원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다. 대우증권의 시가총액은 5조5376억원이다.
올초만 하더라도 대우증권 주가는 9000원대에 불과했다. 시가총액 기준으로는 3조원에 그치는 수준이었다. 산업은행의 보유 지분율을 고려한 지분가치에다 경영권 프리미엄을 얹어도 2조 원을 넘기가 힘들 것으로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대우증권 주가가 오르면서 유력한 인수 후보자인 KB금융지주와 신한금융지주 등이 그만한 가격을 주고 무리해서 사들일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이베스트투자증권도 매각 가격이 뛴 것으로 알려졌다. 연초 1만원에 불과하던 주가가 21일 현재 1만5150원으로 50% 이상 늘어났기 때문이다. 연초 3000억원 미만이던 시가총액도 6000억원대로 뛰어올랐다.
이로 인해 이베스트투자증권은 매각 작업에 신중한 자세로 전환했다. LS네트웍스와 국내 은행 등 이베스트증권의 주요 투자자들이 오는 7월 풋옵션 계약 만기를 연장하는데 합의하고, 인수 희망자를 찾기로 했다.
SK그룹 지주사인 SK㈜와 SK C&C가 전격 합병하면서 그동안 합병의 걸림돌로 거론됐던 SK증권 매각 문제도 불거졌다. SK그룹은 우선 SK C&C가 보유한 SK증권 지분 10%를 2년의 유예 기간을 두고 매각을 추진한다. 금산분리법에 따라 일반 지주사는 금융회사를 자회사로 둘 수 없기 때문이다.
문제는 높아진 몸값이다. SK증권 주가는 연초 883원에서 1935원(21일 현재) 까지 뛰었다. 시가 총액도 6290억원에 달한다. SK그룹 주력 계열사들의 실적이 회복되지 않으면서 SK증권을 살만한 여력이 없다는 분석이다. 결국 외부에 매각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IB업계 관계자는 "최근 증시 업황이 회복되면서 증권사들의 비싸진 몸값 때문에 인수 희망자들이 섣불리 인수합병 작업에 나서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유인호 기자 sinryu00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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