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I저축은행, 부실채권 판매 책임론…일본인 대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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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승종 기자, 이현주 기자] 저축은행 업계 1위인 SBI저축은행의 대표 교체를 놓고 뒷말이 무성하다. SBI저축은행은 '예정된 인사'라고 설명하지만 최근 불거진 부실채권 판매에 대한 경질로 해석하는 시각도 있다. 신임 대표가 일본인으로 바뀌면서 일본 대주주의 경영 참여가 가시화될 것이라는 관측도 낳는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SBI저축은행은 지난 16일자로 나카무라 히데오(中村秀生) 부사장을 신임 대표로 선임했다. 김종욱 전 대표는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SBI저축은행은 "일본 내 수익사업 확장을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SBI저축은행은 일본계 투자회사 SBI홀딩스가 2013년 옛 현대스위스저축은행을 인수, 이름을 바꾼 곳이다.
외견상으로는 일반적인 대표이사 변경이지만 업계의 시선은 다르다. 지난해 실적도 좋은데다 올해 9월까지 임기가 남아 있는 김 전 대표를 굳이 바꿀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SBI저축은행은 지난해 2분기(10~12월) 당기순이익 116억원을 달성했고 올해 흑자 전환을 목표로 하고 있다. 김 전 대표는 올초만 해도 "영업력을 확대해 흑자전환 원년으로 만들 생각"이라며 의욕적인 모습을 보였다.
김 전 대표가 물러난 배경으로는 최근 불거진 부실채권 판매 논란이 꼽힌다. SBI저축은행은 지난달 3조3000억원어치 부실채권 매각을 시도한 바 있다. 매각 주관은 삼일회계법인이 맡았는데, 이 중 채권가 기준 절반가량은 소멸시효가 지난 채권이었다. 소멸시효가 지난 채권 거래 자체는 문제될 게 없지만 향후 불법추심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2월 '소멸시효가 지난 부실채권은 거래를 자제해 달라'고 공문을 보내기도 했다. SBI저축은행의 매각은 최종 무산됐다.
논란이 커지자 금융당국은 저축은행 전반에 걸쳐 부실채권 실태점검에 나섰고, 별도로 SBI저축은행은 특별검사에 들어갔다. 의사결정 구조가 어떻게 이뤄져 있는지 파악해 문제의 배경을 짚어보겠다는 의도였다.
특히 경쟁사들은 SBI저축은행이 일본인 대표를 선임한 것을 눈여겨보고 있다. SBI저축은행의 대주주인 SBI홀딩스는 그동안 "일본인 파견은 일시적인 조치이고 향후 일본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말해왔다. 한국인 대표를 일본인 대표로 바꾼 건 그동안의 입장을 바꿔 일본 대주주가 직접 경영에 참여하겠다는 의지 아니냐는 시선이다.
이와 관련 SBI저축은행 관계자는 "이번 인사는 기존에 예정돼 있던 것이고, 김종욱 전 대표는 부회장으로 승진했으니 경질이라 볼 수 없다"고 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실적도 좋은데 왜 대표를 바꾸는지 의아했다"며 "SBI는 지난해 4개 계열사가 합병해 출범했는데 아직 내부통제 시스템 정비가 마무리되지 않은 모습"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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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종 기자 hanarum@asiae.co.kr
이현주 기자 ecolh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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