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박근혜 대통령의 중남미 순방에 역대 최대 규모 경제사절단이 참여키로 하면서 재계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의 2008년 중남미 순방이 데자뷔되고 있다.
이 전 대통령은 재임기간인 2008년과 2012년 두 차례 중남미를 방문했다. 2008년 11월17~27일 방문기간 주요기업 총수와 경제단체장 등 30여명이 동행했고 2012년 6월에는 멕시코와 브라질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차 방문이어서 경제인은 동행하지 않았다. 정권이 바뀌고 7년이 흐른 현재 2008년 사절단에 포함된 30여명 가운데 상당수가 당시 직함을 유지하지 못했고 최근 사정바람을 전후해 부정과 비리의혹 등으로 고초를 겪는 이도 절반에 이른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2013년 1월30일 자금횡령 혐의로 징역 4년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돼 현재까지 영어(囹圄)의 몸이다. 이구택 포스코 회장은 다음 해인 2009년 1월 임기를 1년 이상 남기고 포스코를 떠났다. 이 회장의 바통을 이어받은 정준양 전 회장은 재임시절 인수한 기업과 계열사의 비자금조성 의혹과 관련해 검찰의 수사선상에 오르고 있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딸 조현아 전 부사장의 '땅콩 회항' 사건으로 마음 고생이 심하다.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은 비자금조성과 도박 등의 혐의로 그룹 본사가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았다. 강덕수 STX그룹 회장은 2조6000억원대 분식회계와 550억원대 횡령 혐의 등으로 구속수감돼 있다.
중견기업 가운데 이국철 SLS그룹 회장은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에 금품을 제공하고 계열사 부당지원, 비자금 조성 혐의로 구속기소돼 실형판결을 받았다. 그는 이 전 대통령의 친형 이상득 전 의원 등을 상대로 로비 자금을 물어내라며 소송을 냈다가 패소하기도 했다. 포스코의 고가인수 의혹을 받고 있는 성진지오텍은 당시 전문경영인이 사절단에 포함됐었다.
공기업 사장들도 곤궁한 처지에 몰려있다. 강영원 석유공사 사장과 김신종 광물자원공사 사장은 자원비리에 연루돼 여러 건 고발된 상태다. 유창무 무역보험공사 사장은 아들 장학금을 기업에 요구한 혐의로 징역 1년6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재계 관계자는 "이번 박 대통령 순방은 기업인들의 자발적 신청을 받아 선정됐지만 당시에는 정부가 사절단을 사전에 조율했다"면서 "순방에 동행했던 인사들 상당수가 곤욕을 치르고 있는 것이 우연의 일치일 수 있지만 정권교체와 사정바람 등 외풍의 영향이 컸다는 해석도 있다"고 전했다.
이경호 기자 gung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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