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 조리시 발생하는 실내오염물질 조사 착수
[아시아경제 오현길 기자] 지난해 국립암센터가 발표한 여성 폐암 환자 통계가 사회적으로 큰 관심을 받았다. 2001년부터 작년 7월까지 국립암센터에서 폐암 수술을 받은 환자 2948명 가운데 여성은 831명이었다.
이들 가운데 88%인 730명은 평생 담배를 피운 적이 없었던 것으로 나타나서다. 폐암 발병 원인에 대해 전문가들은 오랜 기간 간접흡연을 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지만, 일부에서 주방에서 요리할 때 발생하는 발암물질 때문이라는 주장을 제기하면서 논란이 불거진 바 있다.
정부가 이러한 논란을 해결하기 위해 주방 조리로 발생하는 실내 오염물질 조사에 착수했다. 음식을 조리하는 여성과 폐암의 상관관계가 밝혀질지 관심이 모아진다.
14일 환경부에 따르면 정부는 오는 11월까지 주방 조리 시 실내 오염물질 방출 특성 조사와 관리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한다.
그동안 육류나 생선 등을 구웠을 때 탄 부분에서 발암물질이 발생한다는 연구는 많았지만, 조리과정에서 발생하는 발암물질에 대한 조사는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특히 폐암은 흡연이나 매연 등으로 인한 여러 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원인을 증명하기가 쉽지 않았다.
다만 일부 연구에서 조리 시 발생하는 연기가 암을 유발할 수 있다는 내용이 발표된 바 있다. 지난 2월 미국 암학회가 세계 암의 날에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여성의 흡연율이 낮은 데도 중국 여성의 폐암 발병률이 일부 유럽 국가 여성의 폐암 발병률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나 석탄 난로나 조리 시 발생하는 연기 등 실내 공기 오염이 원인으로 추정된 바 있다.
국내에서도 인구 10만명당 폐암 발생률이 1999년 28.9명에서 2011년 28.7명으로 큰 차이가 없지만 남성은 10만명당 51.9명에서 46.7명으로 줄어든 반면 여성의 경우 12.9명에서 15.5명으로 증가한 바 있다. 여성 흡연자가 증가한 이유도 있지만 조리로 인한 영향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에 정부는 실내 구조와 조리, 환기 방법 등 각 가정마다 천차만별이라는 점을 고려해 전국 일반 가정을 표본으로 선정, 주방에서의 연소와 조리, 환기 등 상태에 따라 실내 공기질을 실태 조사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아파트와 다세대주택 등 주택 종류별로 구분하고 주방의 크기와 환기 설비와 구조 등 다양한 변수를 고려해 조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특히 주방 조리 시 발생하는 물질로 이산화탄소와 일산화탄소, 미세먼지(PM10, PM2.5), 폼알데하이드, 이산화질소 등을 측정, 분석한다. 발암물질로 알려진 총휘발성유기화합물(TVOCs)과 벤조피렌 등 다향방향족탄화수소(PAHs) 등을 주로 조사할 예정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국민건강 보호 차원에서 조리 시 발생하는 오염물질에 대한 다양한 조사 필요하다”며 “실태조사 결과 등을 토대로 가정별 조리 시 생활 습관 개선 등 맞춤형 수칙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오현길 기자 ohk041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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