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직원 사이 특정 사업부 분할·대규모 구조조정 루머 확산…회사측 "허위소문 엄정 처벌" 진화 나서
[아시아경제 명진규 기자, 손선희 기자] 지난해부터 강도 높은 구조조정과 사업재편이 진행 중인 삼성그룹이 내부 임직원들의 찌라시(각종 소문이나 정보가 담긴 글, 문서 등을 이르는 속어) 때문에 몸살을 앓고 있다. 결국 그룹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직원들 사이에서 양산, 배포되고 있는 음해성 루머를 강력 제재하겠다고 나서 주목된다.
10일 삼성그룹의 한 전자계열사는 최근 임직원들 사이에 특정 사업부를 떼어내고 대규모 구조조정이 있을 것이라는 루머가 확산되자 각 사업부 간부급 직원들에게 '전혀 근거 없는 허위 소문이니 부서원들을 진정시키라'라는 주문을 내렸다.
이 회사에는 특정 사업부의 영업이익이 급격하게 떨어지자 해당 사업부를 정리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았다. 특히 이 과정에서 대규모 구조조정이 단행된다는 루머가 돌고 구체적인 희망퇴직 조건까지 거론되자 일부 직원들이 사내 게시판에 해명을 요구하기도 했다.
다른 전자계열사에선 사업부를 통째로 해외에 매각한다는 루머도 돌았다. 실적은 괜찮지만 향후 비전을 고려하면 회사에서 시장 성장성이 높은 사업부만 유지하고 나머지는 매각해 덩치를 줄일 것이라는 소문이었다. 전혀 근거 없는 것이었다.
삼성전자도 예외는 아니다. 일부 고참 부장들이 퇴직하면 구조조정 대상이었다는 루머가 돌았으며, 최근 퇴직한 부장들의 이름을 모은 구조조정 대상자 명단이라는 리스트도 유포됐다. 전자계열사 외에 건설 계열사, 중공업 계열사 역시 대규모 사업부 통폐합과 구조조정이 있을 것이라는 설에 시달리고 있다.
삼성그룹 계열사 내부에서 이토록 근거 없는 소문이 만들어지고 확산되는 배경은 지난해 각 계열사 사업부별 매출 실적이 극명하게 갈렸기 때문이다. 최근 그룹 전 계열사에 걸쳐 진행 중인 인수합병(M&A)과 매각 흐름에 맞춰 '성장성이 없는 사업은 과감히 버려진다'는 내부 임직원들의 인식과 '그 대상이 내가 될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더해 루머가 양산되고 있는 것이다.
삼성 전자계열사의 한 직원은 "지난해 실적이 괜찮았던 사업부도 미래 성장 가능성이 부족할 경우 언제든지 정리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높은 상황"이라며 "불안한 마음에 서로 주고받는 루머가 확대돼 기정사실처럼 되는 여겨지는 경우가 상당수"라고 말했다.
각 계열사는 루머를 적극 진화하는 한편 루머 양산 및 유포 직원 엄정 처벌 방침을 밝히며 경고하고 나섰다. 삼성그룹 계열사의 한 고위 관계자는 "근거 없는 소문을 만들고 유포하는 것은 악의적인 행동"이라며 "허위 사실을 제작, 유포한 임직원들은 사규에 근거해 엄중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명진규 기자 aeon@asiae.co.kr
손선희 기자 shees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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