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청에 사기계약하고 216억 챙겨
[아시아경제 박준용 기자] '500억원대 군납사기'로 부당이익을 챙긴 이규태(64) 일광그룹 회장이 재판에 넘겨졌다.
방위사업비리 정부합동수사단(단장 김기동 검사장)은 31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사기)혐의를 적용해 거물급 방산중개업자인 이 회장을 재판에 넘겼다. 이 회장의 측근 권모(60)전 중장과 일광공영 직원 조모(49)씨도 함께 기소됐다.
합수단에 따르면 이 회장은 1300억원대 공군 전자전훈련장비(EWTS) 도입 사업에서 2002년 터키 하벨산사와 계약을 맺고 거래했다. 2008년 이 회장은 측근 권 전 중장, 하벨산과 함께 EWTS 핵심 기술을 국내 협력업체인 SKC&C가 신규 연구·개발해 납품한다고 방위사업청을 속여 본래 제작 예산 5120만달러(520억원)보다 두배나 부풀려진 9617만달러(약 970억원)으로 납품계약을 했다.
하지만 실제로 이 회장등은 방사청에 약속한 연구개발을 시도하지도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납품된 장비는 SKC&C 또는 일광공영의 계열사를 통해 국내외 제조업체로부터 저렴한 가격에 구매한 장비였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 회장은 이를 통해 하벨산으로터 무기 중개수수료 약 55억 원과 납품 가장 대금 등 총 216억8000만원 상당의 부정한 이익 취득한 것으로 조사됐다. 합수단은 나머지 금액도 하벨산, SKC&C, 일광공영의 해외 유령법인이 하청, 재하청 형식을 가장해 나눠 가진 것으로 파악했다.
합수단은 이 회장의 비리에 대해 추가 기소여부를 검토할 방침이다. 합수단은 지난 26일 의정부시 도봉산 기슭에 있는 1.5t 컨테이너에서 일광공영 측이 숨긴 방산 서류를 발견하기도 했다. 이 안에는 1t이 넘는 비밀서류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은 합수단이 출범하자 수사 대상에 오를 것을 염두에 두고 자료를 이 컨테이너로 옮겨둬 증거인멸을 시도한 것으로 전해졌다.
합수단은 이 회장의 '비밀 사무실'에 대해서도 수사를 계속할 방침이다. 지난 11일 압수수색 당시에 몰랐던 서울시 성북구 돈암동의 이 회장 개인 사무실에 대해 합수단은 재차 압수수색했었다. 압수수색 당시 사무실의 자료들은 치워져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합수단은 이 때 자료를 치워버린 일광공영 간부급 직원 김모씨 등 2명을 체포, 증거인멸과 증거은닉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한 상황이다.
이외에도 합수단은 또 400억대 세금을 회피하고 교회를 활용해 돈을 빼돌린 혐의에 대해서도 수사하고 있다.
합수단은 또 방사청과 군수 정책을 군 내부에서 미리 이 회장 등에게 알려준 군 관계자에 대해서도 수사할 예정이다. 이 회장은 EWTS 납품계약이 바뀐다는 사실과 방사청의 EWTS 획득 예산이 1억 달러 이상으로 책정되어 있다는 사실 미리 알고 납품사기를 계획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회장은 러시아 무기생산업체들의 에이전트로 활동하며 수백억대 수수료를 받은 방산중개업자로 알려져 있다. 그는 최근 연예 기획 계열사 소속 일광폴라리스 소속 클라라씨와 주고받은 문자로 구설에 오르기도 한 인물이다. 클라라씨는 이 회장에게 성적수치심을 느꼈다며 지난달 23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소속사를 상대로 전속계약 무효소송을 제기했다.
박준용 기자 juneyo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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