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 오종탁 기자] 정부는 27일 한국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가입 결정과 관련, 지분율 협의에서 한국의 이해관계를 최대한 반영토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최희남 기획재정부 국제경제관리관(차관보)은 이날 미주개발은행(IDB) 연차총회가 열리는 부산 벡스코에서 기자간담회를 통해 "지분율과 납입자본금에 대해 아직 확정된 것이 없다"며 "4월부터 협의에 참여하게 되면 한국의 이해관계를 반영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 차관보는 아시아 역내 국내총생산(GDP) 기준으로 한국이 3위 정도인데, 지금은 지분율이 어느 정도가 될 지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앞서 지분율을 경제적 기준으로 결정한다고 한 바 있으나 여기에 추가적 요소를 더하게 된다"며 "역내국과 역외국간 비중 등 상의해야할 부분이 많다"고 설명했다.
그는 "중국이 AIIB 납입자본금을 100억달러로 합의했다"며 "지분율이 결정되면 이에 따라 납입자본금도 정해진다"고 덧붙였다.
최 차관보는 시한(3월 말)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전격 참여를 결정한 배경에 대해 "지배구조, 세이프가드 논의 과정에서 중국의 전향적, 적극적인 의사 표명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영국 등 주요 국가의 참여 결정, 시한이 3월 말인 점 등도 감안했다"며 "기한 전에 참여 의사를 밝힘으로써 협정문 논의 과정에서 국익을 반영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조직, 규정 등의 논의 과정에서 우리 의견을 표명할 수 있다"며 "창립회원국으로 가입하면 일정 지분을 주는 식으로 돼있어 지분 프리미엄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가입 발표가 늦은 것이 아니냐는 일각의 지적과 관련, 최 차관보는 "설립 협정이 마무리될 때 지분율이 결정된다"며 "지분율을 손해 봤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미국과의 사전 대화 등을 묻는 질문에는 "AIIB가 국제적 수준에 맞는 기관이 돼야한다는 의견이 같아 지속적으로 미국 측과 협의해왔고, 우리도 같은 의견"이라고 답했다.
최 차관보는 현재 가입 의사를 밝히지 않은 미국, 일본 등까지 대거 AIIB에 참여할 경우 기타 국제기구 가입과 비슷한 의미에 그칠 것이란 평가와 관련해 "AIIB는 기존 아시아개발은행(ADB), 세계은행(WB) 등 투자개발은행과 차이가 있다"며 "아시아 인프라 투자에 집중하는 조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역내 인프라 투자 수요는 1년에 7300억달러 상당인데 자금 공급은 이에 미치지 못하고있다"며 "수요와 공급 간 차이를 메울 수 있는 투자은행"이라고 덧붙였다.
오는 30일 카자흐스탄에서 열리는 회의에 대해 최 차관보는 "설립협정문 논의 회의는 3차 회의"라며 "앞으로 4, 5월에도 회의가 더 있어 이번 카자흐스탄 열리는 3차 회의는 설립협정문 논의를 위한 지속적인 회의로 봐 달라"고 말했다.
송인창 기재부 국제금융정책국장은 중국의 지분율이 50%에 달할 것이라는 일각의 전망에 대해 송 국장은 "AIIB 참가국이 적을 때의 이야기"라며 "현재 (한국을 포함해) 36개국인데, 추가적으로 늘어나면 중국의 지분율은 50%보다 한참 내려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AIIB 가입의 가장 큰 걸림돌이던 미국과의 관계에 대해서는 "재무라인과 외교라인에서 굉장히 많은 접촉이 있었다"며 "재무라인의 경우 위로는 부총리부터 아래로는 실무자까지 여러 번 논의했다"며 "아시아에 인프라 수요가 많고, 한국 기업들의 공급 능력이 있다는 점을 미국도 어느 정도 용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AIIB의 경우 투자 사업 승인 주체가 이사회보다는 사무국 경영진 위주로 얘기가 돼 오던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며 "이것이 이사회 권한으로 변경된 것이 가장 큰 진전이었다"고 그간의 협상 과정을 전했다.
AIIB와 관련한 주요 인프라는 통신 분야가 될 것이라고 송 국장은 전망했다. 그러면서 "한국은 통신, 에너지, 교통 등에 강점이 있어 한국 기업이 수주를 많이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송 국장은 부총재 등 AIIB 내의 인사가 굉장히 중요한 문제여서 한국을 포함한 참여국들이 물밑에서 이해관계에 따라 협의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부산=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오종탁 기자 ta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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