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평가 앞두고 '취업 경쟁력' 없는 학과 통폐합 몸살
중앙대 학과제 폐지 논란 이어 건국대는 학과단위 신입생 선발
황우여 부총리 "인문학 지원 약화시키지 않겠다"
[아시아경제 정현진 기자] 대학들이 교육부의 대학구조개혁 평가를 앞두고 속속 학과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특히 경쟁력이 떨어지는 인문학 등 학과 통폐합 계획은 강한 반발을 부르는 등 논란을 가열시키고 있다.
건국대학교는 최근 '학과제 부활'을 선언했다. 기존 학부제로 신입생을 선발하던 방식에서 전공별로 뽑는 학과제로 전환한다는 것이 주요내용이다. 이에 경영대학ㆍ상경대학ㆍ정치대학ㆍ공과대학 등 4개 단과대는 학과제로 바뀌어 운용된다. 건국대 측은 "학과제 확대를 통해 소속 교수들의 학생 진로지도를 강화하고 취업을 포함한 학과 경쟁력 높이기에 힘쓰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와 달리 중앙대학교는 지난 2월 학과제를 폐지해 대학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교수와 학생들의 강한 반발이 이어지자 중앙대는 24일 신입생 모집단위만 광역화하는 수정안을 내놨다. 하지만 학과 간 장벽을 낮춰 학과제를 폐지해나가려는 학사개편 방향은 그대로여서 반발이 수그러들기는 힘들어 보인다.
두 대학이 이질적인 방향을 취한 것처럼 보이지만 깊게 보면 공통적으로 경쟁력이 떨어지는 학과를 통폐합한다는 것으로 모아진다. 건국대는 73개 학과 중 유사학과 10개를 통폐합해 63개로 축소하기로 했다. 또 학과별로 학과 선호도 등을 평가해 이에 따라 학과 정원을 결정한다는 내용이 계획안에 담겼다. 중앙대 역시 정원에 미달한 전공을 비슷한 학문단위로 묶어 '융ㆍ복합기반전공'으로 지정해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학과제 강화와 약화로 상반된 두 대학의 구조조정 계획안에 동일한 학과 통폐합이 들어간 이유는 취업률 때문이다. 교육부 대학구조개혁평가 항목 중 두 번째로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취업률을 높이려 한다는 얘기다. 중앙대는 학사구조 개편 계획안을 발표할 당시 "대학에 등록금을 지급하고 자기 미래에 대한 진로가 불투명하다면 대학에서도 이에 대한 어느 정도의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혀 취업률을 높이겠다는 의지를 보인 바 있다.
대학구조개혁평가는 오는 8월 발표될 예정이며 이에 따라 대학별 재정지원이나 학생정원 여부가 결정된다. 국가 재정지원을 받아내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는 대학들이 평가에서 5등급 가운데 상위 등급을 받기 위해 취업률이 낮은 비인기 학과를 없애거나 비인기 학과끼리 통합하는 식으로 흘러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에 인문학의 퇴조 등에 대한 논란은 커지고 있다. 취업이 어려운 인문학이나 사회과학, 자연과학 전공이 학생들의 선택을 받지 못할 경우 통폐합될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24일 서강대에서 열린 인문학심포지엄에서 김혜숙 이화여대 철학과 교수는 "대학 구조조정은 인문학의 성장을 위협하는 방식으로 이뤄져서는 안 되고 오히려 인문학의 건실한 성장이 이뤄지는 방향으로 돼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교육 수장인 황우여 사회부총리는 같은 자리에서 대학의 변화를 '소용돌이'라 표현하면서 "인문학이 모든 학문의 토대로 굳건히 자리잡아야 한다"며 "교육부는 그동안 해왔던 인문학 지원을 약화시키지 않을 것"이라 약속했다.
이용구 중앙대 총장은 25일 오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서울총장포럼'에서 발표를 통해 '융합형 인재양성'을 강조하며 "요새 인문학 죽이기 한다고 상당히 많이 보도되고 있는데 절대 인문학을 소홀히 하지 않는다"며 "기본적으로 언어, 문화, 철학, 역사, 심리 등 기초교육을 받은 후 그 바탕에 전문성 키울 수 있도록 나아가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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