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위 은행 돈세탁 혐의에 금융불안 확산
[아시아경제 조목인 기자]스페인과 프랑스 사이에 있는 인구 7만의 작은 나라 안도라가 발칵 뒤집혔다. 이 나라의 4위 은행 방카 프리바다 안도라(BPA)가 국제 범죄조직 돈세탁 혐의에 휘말리면서 최고경영자(CEO)가 체포되고 뱅크런이 가시화되는 등 금융불안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안도라는 세계 3대 조세피난처 중 하나다. 중앙은행이 없는 안도라는 BPA를 포함한 5대 은행들이 시중 유동성을 공급하는 중요한 창구 역할을 하고 있다. 5대 은행이 보유한 자산 규모는 530억유로(약 63조8257억원)로 안도라 국내총생산(GDP)의 20배가 넘는다. 그만큼 은행 위기가 발생할 경우 국가위기로 번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BPA는 지난 2011년 스페인 은행 방코 데 마드리드를 인수한 뒤 스페인 부유층의 자산관리를 도맡아왔다. 그런데 미국 재무부는 이달 초 BPA가 중국·러시아·베네수엘라 등이 연관된 국제 범죄집단들의 돈 세탁과 연관됐다고 지목했다. 안도라 정부는 은행을 압수수색했고 조안 파우 미켈(Joan Pau Miquel) CEO를 체포했다. 불안한 예금자들을 중심으로 뱅크런도 확산됐다. 이에 안도라 정부는 1인당 예금인출 한도를 한주에 2500유로로 제한했다.
파장이 커지면서 BPA 자회사 방코 데 마드리드는 지난주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스페인 정부가 10만유로 이하의 예금의 경우 예금자보호를 해준다고 밝혔지만 우려는 잦아들지 않고 있다.
안도라 정부는 BPA스캔들의 금융권 확산을 막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은행을 운영할 새 경영진을 꾸렸고 유동성 확보를 위해 자산매각 등 다양한 조치를 고려하고 있다. 하지만 BPA가 안도라 경제의 20%를 차지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문제는 그리 간단치 않다.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푸어스(S&P)는 최근 안도라의 국가 신용등급을 'BBB+'에서 'BBB'로 한 단계 낮췄다. 피치는 크레디안도라를 포함한 안도라 3대 대형은행들을 '부정적 관찰대상' 목록에 올렸다. BPA 스캔들 확산에 따른 금융불안이 커지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조목인 기자 cmi072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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