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수원)=이영규 기자] 남경필 경기지사가 3월말 추진 예정인 광역버스 요금 인상 계획에 대해 신중을 기해달라며 사실상 연기 입장을 밝혔다. 서민가계 부담을 고려한 조치로 풀이된다. 당초 경기도는 최대 500원 가량의 광역버스 요금을 이르면 이달 말 올릴 계획이었다.
남경필 지사는 20일 경기도 소비자정책심의위원회 개최에 앞서 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희겸 도 제2행정부지사를 만나 "도의회에서 제시된 의견과 서민가계 어려움 등을 충분히 감안해 광역버스 요금 인상시기 등을 논의해 달라"고 주문했다.
이는 경기도가 광역버스 요금 인상을 앞장서서 추진하고 있는 데 따른 부담과 버스 요금 인상으로 인한 서민가계 부담 등을 고려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수도권 광역버스 요금 인상계획은 당분간 늦춰질 것으로 보인다.
남 지사는 "적자 누적으로 경영난을 겪고 있는 버스업계의 입장도 이해하지만, 버스 요금 인상 소식이 전해진 후 경제적 어려움을 호소하는 분들이 많아 고민이 많았다"며 "도의회의 의견과 서민가계의 부담을 충분히 고려해 소비자 정책심의위원회에서 인상시기 등을 포함한 심도있는 심의를 해줬으면 한다"고 거듭 당부했다.
경기도는 2011년 11월 이후 버스요금을 3년4개월 동안 동결했다. 하지만 최근 인건비, 연료비 상승과 좌석제 시행에 따른 버스업체의 적자가 늘어남에 따라 버스요금의 인상 조정이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광역버스 요금 인상을 추진해왔다.
경기도는 이에 따라 일반 직행버스와 직행좌석버스 등 광역버스 3300여대에 대해 이르면 이달 말부터 요금을 400원에서 500원 올리기로 하고, 도의회 의견청취를 끝냈다. 이어 소비자정책심의위원회를 거쳐 남 지사가 최종 인상을 결정할 예정이었다.
경기도는 광역버스 요금 인상에 따른 서민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새벽 4시부터 6시30분까지 광역버스를 타는 사람을 대상으로 '조조할인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또 일정거리까지는 기본요금을 부과하고, 이를 넘어서면 거리에 따라 요금을 추가 부과하는 거리비례요금제 도입도 추진하기로 했다.
하지만 광역버스 요금인상이 늦춰질 경우 버스업체들이 적자를 이유로 감차(운행차량을 줄임)에 나서, 지난해 7월부터 시행되고 있는 광역버스 좌석제가 퇴색할 가능성도 크다.
여기에 지난해 말 버스업체 노사가 이번 버스요금 인상을 전제로 10만원 가량의 임금인상에 합의한 상태여서 요금인상이 늦춰질 경우 노사협의 파행 등도 우려된다.
이영규 기자 fortun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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