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구 묘동에 1907년 문 연 흥행작 산실…문 열기까지 시일 걸릴 듯
[아시아경제 백우진 기자] 국내 최초 영화관인 단성사가 법원 경매에서 575억원에 팔렸다.
부동산경매 전문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12일 서울중앙지법 경매법정에서 열린 경매에서 단성사는 7명의 응찰자가 참여한 가운데 감정가의 60%인 575억원에 낙찰됐다.
2001년 리모델링에 들어간 단성사가 다시 관객을 맞이하기까지는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한국영화 최고 흥행작은 단성사에서 탄생했다. 1990년대까지 흥행작은 대개 단성사에서 단독 개봉했다. ‘겨울여자’(1977년)와 ‘장군의 아들’(1990년), ‘서편제’(1993년) 등이 단성사 스크린에 처음 걸렸다.
임권택 감독의 서편제는 단성사에서 1993년 4월10일부터 194일 동안 상영돼 개봉관 최장 상영기록을 세우며 서울 관객 100만명을 돌파했다.
1990년대 중반 이후 멀티플렉스 영화관이 등장하면서 단성사는 내리막길을 걸었다. 단성사는 2001년에 재기를 노린다. 신축공사에 들어가 2005년에 스크린 7개를 갖춘 지상 9층, 지하 4층 규모의 멀티플렉스로 변신했다. 그러나 한 번 떠난 관객은 돌아오지 않았다.
단성사는 2008년 부도 처리된 후 아산엠단성사에 인수됐다. 이후 영화관을 줄이고 보석전문상가로 변신시키는 대규모 리모델링을 거쳤다. 2012년 외부공사를 마쳤지만 부동산 경기침체로 상가분양에 실패해 경매로 넘어갔고 3번 유찰된 끝에 이날 새 주인을 맞이했다. 경매에 나온 지 2년7개월 만이다.
낙찰 받은 곳이 어디인지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단성사는 문을 열려면 대금 납부, 소유권 이전 등기, 유치권 해결 명도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서울 종로구 묘동에 있는 단성사는 1907년에 2층 목조 건물로 세워졌다. 1918년 단성사를 인수한 박승필은 이듬해 한국 최초의 영화 ‘의리적 구토’를 직접 제작해 상영했다. 1926년 나운규 감독의 민족영화 ‘아리랑’이 이곳에서 상영되며 민족의 설움과 분노를 함께 했다. 1935년에는 첫 발성영화 ‘충향선’도 선보였다.
백우진 기자 cobalt100@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