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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군인체육대회 1착도 예약"

시계아이콘읽는 시간01분 21초

김원기·김수경 중사, 오리엔티어링 서울-경기연맹 친선경기 우승

"세계군인체육대회 1착도 예약" 지도와 나침반에 담은 군인정신은 순수한 열정이자 새로운 도전이다. 왼쪽부터 김원기 중사, 정승환 상사, 김수경 중사.[사진=부천 김현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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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종길 기자]"영주에서 이 정도 실력으로는 어림없어요." 결승선을 통과하고도 담담했다. 칼바람에 상기된 얼굴을 녹일 틈도 없이 지도를 펼치더니 뚫어져라 살폈다. "여기서 이 코스를 선택했다면 시간을 조금 벌었을 텐데." 서울 중랑구의 봉화산자락을 이 잡듯 뒤지고 내려온 김원기(26) 중사다. 지난 8일 서울-경기오리엔티어링연맹 통합친선대회 남자 엘리트 부문에서 44분59초로 1위를 했다.

오리엔티어링은 지도와 나침반을 이용해 지상에 설치된 여러 곳의 포스트를 최단 시간에 순서대로 찍고 돌아오는 경기다. 빠른 지도 독보력과 판단력, 지력, 체력 등이 필요하다. 마라톤 선수 출신의 김원기 중사는 이미 육군9공수특전여단에서 뛰어난 독도 능력을 인정받았다. 크로스컨트리로 진행된 국방부의 2013년 대표선수 선발 모집에서 3위를 했고, 부단한 노력으로 팀의 에이스로 자리매김했다. 오는 10월 2일 개막하는 경북문경세계군인체육대회에서 한국에 메달을 안길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그는 "아직 갈 길이 멀다"고 했다. "지난해 8월 오스트리아에서 열린 세계군인오리엔티어링챔피언십에서 170명 가운데 100등을 했어요." 오리엔티어링은 스웨덴의 에른스트 치란데르가 산림지역에서 청소년들에게 지도와 나침반을 주고 목표지점을 찾아오게 한 데서 유래됐다. 생활스포츠로 자리를 잡은 유럽 선수들이 강세를 보인다. 선수들을 지도하는 정승환(33) 상사는 "(유럽에서는) 오리엔티어링 선수로 뛰고 싶어 군에 입대하는 선수가 있을 정도"라고 했다.

"세계군인체육대회 1착도 예약" 험난한 코스를 돌파하는 김수경 중사(왼쪽)와 김원기 중사[사진=부천 김현민 기자]


이들이 합숙하는 국군체육부대에는 트레이닝 시설만 있다. 인근에 산림지역이 있지만 면적이 좁고 제대로 된 지도도 없어 훈련하기 어렵다. 장비를 구하기도 어렵다. 정 상사는 "지난해 오스트리아에서 열린 경기에 참가했을 때는 현지에 가자마자 장비부터 구하러 다녔다. 선수들이 새 신을 신고 발에 물집이 잡혀 경기를 제대로 뛸 수 없었다"고 했다.


선수들은 다소 열악한 조건에도 개의치않는다. 고된 훈련을 마다않고 세계군인체육대회를 준비한다. 매일 아침 90분 동안 달리기를 하고 서로 머리를 맞대 지도를 분석하며 효과적인 코스 공략을 공부한다. 강원도 영월의 36사단 107연대에서 분대장으로 일하다 1년여 만에 여자 오리엔티어링의 간판으로 부상한 김수경(25) 중사는 "여자들도 남자들과 똑같이 훈련을 받는다. 유럽 선수들을 따라잡으려면 어쩔 수 없다"고 했다. 그는 "지금 필요한 건 체력보다 기술이다. 산림을 누빌 때 지도를 확인하려고 발걸음을 멈춰서는 안된다. 방향 감각을 키우고 코스 이해력을 향상시키면 승산이 있다"고 했다.


"세계군인체육대회 1착도 예약" 경북문경세계군인체육대회를 준비하는 오리엔티어링 선수단[사진=부천 김현민 기자]


군인체육대회를 준비하는 선수 열네 명은 메달을 따면 특진한다. 원하는 부대에 배치를 받을 수 있는 혜택도 있다. 하지만 이들이 원하는 건 따로 있다. 김원기 중사는 "군인체육대회는 앞으로도 계속 열린다. 장기적인 목표 아래 이 종목을 지속적으로 육성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김수경 중사도 "한국군을 대표해서 뛴다는 점에 자부심을 느낀다"며 "그동안 쌓은 노하우를 혼자 가지고 떠나기에 아깝다. 체계적이고 장기적인 틀이 마련된다면 코치를 맡아 후배들에게 전수하고 싶다"고 했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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