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체부 활성화 방안 마련에 골프업계는 벌써 훈풍
[아시아경제 김현준 골프전문기자] 골프계가 장밋빛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골프금지령 내린 적 없다"는 말 한마디가 출발점이다. 3일 청와대에서 국무위원들과 차를 마시다가 "10월 한국에서 프레지던츠컵이 열리는데 내가 명예의장"이라며 "국가 위상 제고 차원에서 대회가 성공적으로 개최될 수 있도록 골프 활성화 방안을 마련하는 게 좋겠다"고 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4일 '골프 활성화 대책(안)' 마련을 서두르는 등 실제 가시적인 움직임이 시작됐다. 프레지던츠컵이 국내 골프계에 봄기운을 몰고 왔다.
박 대통령의 골프금지령은 취임 이후 공직 사회의 골프 문화에 대한 부정적인 발언에서 시작됐다. 2013년 3월 현역 장성들의 골프를 질책했고, 7월 청와대 수석비서관들과의 자리에서는 "골프를 치라 말라 한 적이 없다"며 "그런데 바쁘셔서 골프 칠 시간이 있겠느냐"라고 지적했다. 골프를 하지 않는 대통령의 의중이 골프금지령으로 확대 해석된 셈이다.
대통령의 시각을 바꾼 프레지던츠컵이 바로 무려 225개국, 10억 가구에 30개 언어로 중계되는 지구촌 골프축제다. 미국과 유럽 이외의 인터내셔널팀이 2년 마다 격돌한다. 무엇보다 개최국 행정 수반이 명예의장이라는 대목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버락 오바마 등 5명의 미국 대통령과 타보 음베키 남아공 대통령, 존 하워드와 줄리아 길러드 호주 총리, 스티븐 하퍼 캐나다 총리 등이 맡았다.
올해 개최지가 바로 한국이다. 10월8일 인천 송도 잭 니클라우스골프장에서 개막한다. 박삼구 전 한국프로골프협회(KPGA) 회장이 2006년 플레이어스챔피언십 당시 팀 핀첨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커미셔너에게 유치 의사를 전달했고, 이후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과 각별한 친분이 있는 류진 풍산그룹 회장의 지원을 곁들여 2011년 마침내 2015년 대회 개최권을 따냈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11월4일 핀첨과 제이 하스 미국팀 단장, 닉 프라이스와 최경주 인터내셔널팀 단장과 부단장, 류진 대회 조직위원장, 유정복 인천시장 등이 참석한 자리에서 명예의장을 수락했다. 골프계는 특히 박 대통령이 "골프는 스포츠뿐만 아니라 산업적인 측면에서도 중요하다"고 강조한 대목을 주시하면서 실질적인 지원책을 고대해 왔다.
문체부는 먼저 골프대중화를 위해 캐디와 카트 선택제 등의 확대를 유도하는 한편 골프계의 숙원인 개별소비세와 종합부동산세 등 중과세 개선은 기획재정부와 협의한다는 방침이다. 물론 세금 관련 사안은 당장 시행이 불가능하다. 증세 논란이 뜨거운 시점에서 '세수 감소 시비' 등이 일 수 있다. 최경환 부총리 역시 4일 국회 기재위의 연말정산 관련 현안 보고에서 "골프 관련 세율 인하는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확인했다.
골프계는 그러나 '해금 신호'만으로도 충분히 환영하는 분위기다. 공직자는 몰라도 적어도 공기업이나 대기업 등 그동안 위축됐던 골프인구가 확산될 전망이기 때문이다. 골프존 주식이 4일 전날 대비 10.8%(2800원)이나 치솟은 2만8800원에 거래됐고, 타이틀리스트 브랜드를 보유한 아쿠쉬네트의 최대주주 휠라코리아 역시 1000원(0.93%) 오른 10만9000원에 거래되는 등 시장에서는 벌써부터 파급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김현준 골프전문기자 golf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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