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단기적 물가 움직임 과민반응하지 말아야" 보고서 내놨는데
총수요 부진 예견되지 않는다?→작년 민간소비 증가율 5년새 최저…숫자로 나타나
제조업 공동화 심각하지 않다?→기업 82%가 속도 더 빨라진다 예측하는데
부동산 가격 불안정 가능성 낮다→가계소비 늘어야 매수여력 생겨…빚으로 막은꼴
[아시아경제 구채은 기자] 한국은행이 디플레이션 진입 우려를 정면으로 반박하면서 그 논거로 내놓은 세가지 주장을 놓고 전문가들이 상반된 견해를 쏟아내고 있다.
한은은 지난달 30일 발간한 '인플레이션 보고서'에서 디플레이션의 3대 악재로 꼽히는 극심한 총수요 부진과 부동산 가격의 불안정, 제조업 공동화 문제가 우리나라에선 심각하게 나타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현재 물가수준이 디플레가 아니라는 총론에는 동의하지만 디플레 발생 가능성이 낮은 이유로 제시한 각론에는 동의하기 어렵다는 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우선 총 수요부진은 숫자로 나타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임노중 아이엠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총수요 중 한부분인 민간소비는 추세적으로 감소해 공급과 수요사이드의 둔화요인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민간소비 증가율은 1.7%로 2009년 금융위기(0.2%)이후 5년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저출산으로 인한 인구감소도 총수요에 부담 요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3년 기준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1.19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회원국 중 최저다. 이지평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인구가 줄기 시작하면 웬만한 소비재시장의 매출은 다 줄어든다. 일본도 인구가 줄면서 전자산업 출하액의 50%가 감소했다"이고 지적했다. 수요부진이 글로벌화 되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이 수석연구위원은 "중국의 성장률이 최고점을 지나면서 철강, 화학, 중화학 공업을 중심으로 글로벌하게 디플레이션 압력이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제조업 공동화도 마찬가지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해말 300여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기업의 82.7%는 "제조업공동화 속도가 비슷하거나 더 빨라질 것"이라고 응답했다. 임노중 팀장은 "물론 지금 한국경제가 일본처럼 해외직접투자가 극심하게 나타나고 있지는 않지만, 현재 제조업이 고용을 흡수하는 쪽으로 가고 있지 않고 고용유발효과가 굉장히 적다. 제조업 공동화가 덜하다는 이유를 디플레이션을 반박하는 근거로 제시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부동산 가격의 불안정 가능성이 낮다는 점도 전문가들이 전적으로 동의하는 못하는 부분이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부동산 가격이 올라가거나 지금 수준에서 유지되기 위해선 가계소비가 늘어야 매수여력이 생기는데, 지금은 부채로 막아놓은 상황이다. 언제든지 급격히 떨어질 수 있고 이는 잠재 폭탄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금리정책을 '선제적'으로 해야 할 한은이 낙관론에 기대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지평 수석연구위원은 "일본 장기불황은 구조개혁의 지연에도 있지만, 통화정책을 선제적으로 하지 못한 금융정책의 실기에도 있었다는 점을 교훈으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분석실장은 "지금 당장 한국이 디플레이션의 초입에 진입한건 아니지만, 과거에 비해 저성장과 저물가가 장기화되면서 디플레이션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고 말했다. 전영수 한양대 국제대학원 일본학과 특임교수는 "경기가 안좋다는 대전제에서는 동의하지만 한은은 물가안정을 생각해야 하고 정부는 성장지향적인 포지션을 가져가야 하기 때문에 디플레이션에 대한 인식도 두기관이 서로 다르게 가져가고 있다"고 평했다.
구채은 기자 faktum@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