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에는 개(dog)와 연관된 용어가 많다.
서양인에게 가장 친숙한 동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좋은 뜻보다는 나쁜 의미가 더 많다는 게 아이러니다. 좌우로 휘어진 홀의 경우 개의 뒷다리(dogleg) 모양을 하고 있다 해서 '도그레그 홀(dogleg hole)'이라고 한다. 1902년 영국 잡지 '골프 일러스트레이트(Golf Illustrated)'에서 처음 사용했다.
도그레그 라이트(rightㆍ우 도그레그)는 'rover(방랑자), 도그레그 레프트(leftㆍ좌 도그레그)는 'lassie(소녀)'라 부르기도 한다. 도그레그 홀이 2개가 연결되면 '더블 도그레그 홀(double dogleg hole)'이다. 강원도 삼척 파인밸리골프장 11번홀(파6)처럼 왼쪽으로 두 번 휘어지는 3자 모양의 홀도 있다.
1번 우드인 드라이버는 속어로 'Big Dog(빅 도그)'다. 티잉그라운드에서 "Let the big dog eat!"라는 큰소리를 자주 한다. "드라이버로 장타를 날려봐"라는 뜻이다. 문장으로 예를 들어보자. "The next hole is a long par five but it is wide open so you can let the big dog eat(다음 홀은 긴 파5홀이고 페어웨이가 넓으니 마음 놓고 드라이브 샷을 날려라)"라는 쓰임새다.
1996년 상영된 미국영화 틴컵(Tin Cup)에서 주인공 역을 맡은 캐빈 코스트너가 유행시켰다. 필자가 미국 친구에게 "오늘 골프 어땠어요?(How was your play today)"라고 질문을 하자 퉁명스러운 얼굴로 "Dog golf!" 라고 짧게 대답한 적이 있다. 나중에 알았다. 숲 속에서 여러 번 나무를 때리며 왔다 갔다(Player goes from tree to tree) 했을 때, 속칭 '개판 쳤다'고 할 때 쓴다.
코스 상태가 좋지 않고 마음에 안 드는 골프장(A poorly maintained, uninteresting golf course)을 칭할 때 'Dog track(개 같은 골프장)'이라고 한다. 샘 스니드는 '골프성지' 세인트앤드루스의 첫 라운드 직후 "Similar to a dog track"이라고 평가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홀에서 멀리 떨어진 '제주도 온(on)'을 속어로 "Dog on!" 이라고 외치기도 한다. 개 이야기는 다음 주에도 이어진다.
글ㆍ사진=김맹녕 골프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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