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은별 기자] 지난해 유례없는 마른장마로 저조한 제습기 판매량을 기록한 가전업계들이 올해 장사를 앞두고 고심하고 있다. 제습기 시장 상승세를 예상하며 작년 생산량을 크게 늘렸지만, 날씨가 예상을 빗나가며 재고 처리를 하느라 곤욕을 치렀기 때문이다.
27일 한 가전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대기업 뿐 아니라 중견 업체들까지도 우후죽순으로 제습기 판매에 뛰어들었다"며 "경쟁은 치열해졌는데 날씨는 예상을 빗나가면서 지난해 말 재고를 떨이로 처리하느라 고생했다"고 밝혔다.
제습기는 대표적 여름가전이다. 장마철 습기를 제거하고 높은 온도에서도 불쾌감을 줄이기 위한 가전제품으로 애용됐다. 2011년 14만대에 불과했던 제습기 시장은 2012년 49만대, 2013년 100만대 등 큰 폭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지난해 여름의 경우 장마가 늦어지고, 그마저도 마른 장마에 그치면서 업체들은 울상을 지었다. 업계에서는 직전해와 비교해 20~30% 가량 판매량이 줄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대기업들은 지난해 연말 가격할인, 사은품 제공 등의 이벤트를 실시하며 제습기 판매수치를 늘렸다. 중견·중소 업체들 역시 최대 40% 이상 할인폭을 높였고 소셜커머스에서 판매하기도 했다.
올해 역시 같은 상황이 반복될 수 있어 각 업체들은 아직까지 정확한 제습기 출시 날짜도 못 잡고 있는 상황이다. 워낙 날씨에 민감하게 반응하다 보니 제습기 시장 예측이 무의미해진 것이다. 지난해의 경우 3월 경 업체들이 일제히 새로운 제습기 라인업을 내놓았지만 올해의 경우 작년보다 신제품이 확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한 제습기 업체 관계자는 "지난해에 판매하지 못한 제품은 개발도상국 등에 수출하는 방안을 생각하고 있다"며 "제습기 시장이 줄어들어도 아예 신제품을 안 낼 수도 없어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최근에는 에어컨에 포함된 제습 프로그램도 제습기 못지 않게 효과가 좋아져 제습기 신제품을 고객들이 얼마나 환영할 지 의문"이라며 "올해에도 마른 장마가 올 것을 대비해 제습기를 여름에만 사용하는 가전이 아닌, 습기와 곰팡이를 제거하는 사계절 가전으로 홍보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고 밝혔다.
김은별 기자 silversta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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