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유수경 기자]현재 스크린에는 복고 열풍이 번지고 있다. 새해 첫 천만 영화 '국제시장'에 이어 '강남1970'이 뜨거운 사랑을 받고 있으며, 곧 '쎄시봉'도 경쟁에 합류한다.
'강남1970'과 '쎄시봉'은 비슷한 시기를 그려내지만, 전혀 다른 이야기로 관객을 유혹한다는 점이 재미있다. '강남1970'은 '말죽거리 잔혹사'와 '비열한 거리'를 잇는 유하 감독의 거리 3부작 완결편이다. 1970년대 서울 강남 지역 땅 개발을 두고 벌어지는 욕망과 의리, 배신을 모두 담았다.
반면 '쎄시봉'은 욕망과 배신보다는 사랑과 낭만을 그린 영화다. 1960년대 젊음의 거리 무교동의 음악감상실 쎄시봉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일들을 담아냈다. '시라노; 연애조작단' '광식이 동생 광태' 등을 연출하며 '스크린의 로맨티스트'에 등극한 김현석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그는 이번 작품에서도 장기를 마음껏 발휘하며 감성적인 영화를 탄생시켰다.
주인공들의 색깔도 사뭇 다르다. '강남1970'은 거친 남자로 변신한 이민호와 드라마 '펀치'에서 활약하고 있는 김래원을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두 사람은 몸을 사리지 않는 액션 연기는 물론, 섬세한 감정선으로 보는 이들의 몰입을 도왔다. 고아원에서 자라 형제같이 지낸 극 중 두 사람의 관계처럼 실제로도 이들은 돈독한 우정을 과시하며 찰떡 호흡을 만들어냈다.
'쎄시봉'은 개성 넘치는 배우들의 '의외의 조화'가 빛난다. '응답하라1994'를 통해 배우 인생 2막을 연 정우와 일찌감치 연기력을 인정받은 진구, '요즘 대세' 강하늘, 신예 조복래가 만나 낭만 넘치던 그 시절 음악감상실을 완벽하게 그려냈다.
이들은 연기 하모니 뿐 아니라 음악적 하모니도 제법 훌륭해 또 다른 재미를 줬다. 특히 쎄시봉이 배출한 전설의 포크 듀오 트윈폴리오의 윤형주와 송창식을 연기한 강하늘과 조복래의 노래 실력이 수준급이다. 또 첫눈에 반한 민자영(한효주 분)을 위해 음악을 시작한 촌놈 오근태(정우 분)의 가슴 절절한 사랑은 순수했던 우리네 첫사랑을 떠오르게 한다.
과거에 비해 한국 영화의 위상이 월등히 높아진 지금, 다양한 장르의 작품들이 쏟아져나오는 건 무척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욕망과 낭만, 과연 관객들은 누구의 손을 들어줄 것인가.
유수경 기자 uu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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