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오진희 기자] 새해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는 '불교미술'과 관련한 전시를 다채롭게 만나볼 수 있다. 일본 도쿄국립박물관이 소장한 7세기 백제 금동삼존불입상과 함께 국내외 불교조각품 등 유물들이 소개될 예정이다. 또 일제강점기 때 국내 최초로 금관이 출토됐던 경주 금관총을 재발굴해 무덤 구조와 시대상을 본격적으로 조사한다는 계획이다.
20일 김영나 국립중앙박물관장은 신년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같이 밝히며, "인도에서부터 중국, 한국, 일본까지 이어져 온 불교문화를 두루 살펴볼 수 있는 불교조각 전시를 준비하고 있다. 인도 콜카타국립박물관과 4~5년 전 교섭을 하다 중단됐는데, 마침 중국, 일본 순회전을 하고 있어 박물관 소장품을 전시에 소개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용산이전 10주년 기념사업으로 추진되는 '고대불교조각대전'은 하반기인 9월 부터 11월까지 예정돼 있다. 불상의 탄생부터 7세기까지, 인도에서 일본에 이르는 불교의 동점(東漸) 과정을 불교조각품을 통해 살펴보고, 그 속에서 한국 불교조각의 원류를 고찰해 볼 수 있는 전시다. 한국, 미국, 유럽, 일본, 중국의 18개 기관에 소장된 고대 불교조각 명품 150여 점 전시될 계획이다. 이 중엔 우리나라의 국보 78호와 83호로 지정된 '금동반가사유상'들과 함께 미국 메트로폴리탄박물관 소장 북위시대 미륵불입상, 중국 청주시 박물관 소장 용흥사지 출토 석불입상 등이 포함돼 있다. 또한 일본 나라현의 유서 깊은 사찰 호류지(法隆寺)가 헌납해 도쿄국립박물관이 관리하고 있는 백제금동삼존불입상도 대여할 수 있도록 양 박물관이 협의 중에 있다. 전시와 관련된 국제학술 심포지엄도 열려 미국, 유럽, 아시아 등 국가별 전문가 초청해 시기별 불교조각의 성격 및 쟁점이 논의된다.
박물관에선 불교조각전에 앞서 오는 5월 말~8월 초 '발원, 간절한 바람을 담다'라는 특별전을 통해 불교미술 속에 그려진 후원자들의 신앙, 권력, 신분, 경제적 지위 등의 상호관계를 조명하는 전시도 갖는다. 금동아미타삼존불, 사불회도 등 한국 불교미술의 정수를 보여주는 조각, 공예, 회화, 경전 등 100여점이 출품될 예정이다. 연말인 12월 초~내년 2월 말엔 '인도의 불교미술'을 제목으로 한 전시도 열린다. 사르나트 출토 불입상 등 콜카타 인도박물관 소장 불교조각 및 회화 명품 90여 점이 선을 보인다.
새해 박물관이 중점으로 두고 있는 발굴조사에는 다음달 23일부터 시작되는 '경주 금관총 재발굴'이 있다. 오는 6월 말까지 진행되는 이번 발굴은 그동안 금관 등 유물만 수습돼 온 금관총의 무덤구조와 당시의 시대상을 연구하는 조사다. 2013년부터 추진 중인 조선총독부박물관 자료 공개 사업의 일환이기도 하다. 박물관 관계자는 "1921년 경주의 향토사학자들이 유물 수습만 했을 뿐 금관총 발굴은 아직까지 미완으로 남아있다"며 "올해 본격적인 발굴을 통해 목곽의 크기, 구조 등 무덤의 구체적인 실측 등이 진행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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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미술 외에 이곳에서 진행될 전시로는 한국과 체코 간 외교관계 수립 25주년을 맞이해 '체코 보헤미아의 유리'(2∼4월)전이 있다. 체코 국립박물관 소장 ‘요세프 융만에게 헌정한 잔’(1836년경) 등 보헤미아 유리의 명품과 당시의 사회 문화를 엿볼 수 있는 회화, 조각 등 343점이 출품된다. 아울러 ‘쇼팽의 고향, 폴란드에서 온 보물(가제)’(5~8월) 전시에서는 바르샤바 국립박물관 등 폴란드 내 12개 국립박물관 이 유리공예품이 소개된다. 이외에도 '다시보는 신라 고분, 서봉총'(4∼6월)·'대한제국 황실문화재'(7~10월)·'한국의 신석기 문화'(9∼11월)이 마련될 예정이다.
지방의 국립박물관들에서도 눈길을 끄는 전시들이 많다. 경주박물관은 2013년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박물관에서 진행된 특별전의 귀국기념전 형식으로 '황금의 나라, 신라'전을 오는 7~11월 연다. 광주박물관은 연말 '한국고대의 칠문화'전을 통해 광주 신창동 유적에서 출토한 통형칠기를 선보일 예정이며, 전주박물관은 중국소주박물관과 교류전 형식으로 후백제와 밀접한 관계를 맺었던 오월(吳越)의 문화를 조명하는 전시를 가진다. 대구박물관은 오는 4월 고령 대가야의 유물을 내놓으며, 김해에서는 3~5월 '거울의 역사'전과 함께 창녕 비봉리유적에서 출토된 배를 공개하는 테마전시를 연다. 제주박물관에선 오는 7월 절강성박물관과 공동기획으로 '조선 선비, 뜻밖의 중국견문'이라는 제목의 전시를 열고 최부의 '표해록'에 나온 중국 강남, 대운하 관련 유물을 선보인다. 진주박물관은 오는 9월부터 조선중기 서부경남지역의 대표적인 학자인 남명 조식과 내암 정인홍의 유물을, 나주는 6~9월 최근 금동신발이 출토된 영산강 유역 고분 유물들을 선보인다.
오진희 기자 valer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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