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륭 전 무역보험공사 사장·간부 2명 뇌물수수 혐의 재판에…회사카드 펑펑쓰고 향응 제공받아
[아시아경제 이혜영 기자] 파산한 가전업체 모뉴엘이 수년째 대담한 사기대출 행각을 벌일 수 있었던 배경에는 뇌물을 받고 모뉴엘에 각종 특혜를 제공한 한국무역공사 경영진과 직원이 있었기 때문인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2부(부장검사 김범기)는 모뉴엘에서 거액의 뒷돈을 받은 조계륭 전 무역보험공사 사장(61)을 뇌물수수 및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고 16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조 전 사장은 2013년 5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여신한도를 늘려달라는 청탁과 함께 박홍석 모뉴엘 대표(53·구속기소)로부터 9140만원 상당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있다.
박 대표는 조 전 사장이 무역보험공사 사장으로 있던 2012년부터 명절선물을 보내고 연락하면서 '관리'에 들어갔다. 이듬해 5월 박 대표는 조 전 사장에게 1000만원 상당의 기프트카드를 전달하면서 본격적인 금품로비를 벌였다.
조 전 사장은 2013년 12월 퇴직한 후 서울 마포구의 한 호텔에서 박 대표를 만나 "직원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해 여신한도 증액을 원활하게 처리해달라"는 청탁과 함께 모뉴엘 회사 명의의 신용카드를 받았다. 카드를 받은 조 전 사장은 지난해 9월까지 134차례에 걸쳐 2260여만원을 썼다.
박 대표는 거래처 계좌를 동원해 조 전 사장에게 2880만원을 송금하는가 하면 지난해 4월에는 경기도 안양시에 있는 모뉴엘 사무실에서 현금 3000만원을 건네기도 했다.
모뉴엘은 조 전 사장 뿐 아니라 무역보험공사 간부들에게도 뇌물을 건넸다. 검찰은 2013년 6월~12월까지 박 대표로부터 금품과 향응을 제공받은 황모 프로젝트금융총괄부장(51)과 황모 중앙지사장(51)을 각각 뇌물수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이들은 각각 1894만원과 801만원 상당의 뇌물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황 부장은 중소중견기업을 육성하는 '글로벌 성장사다리 프로그램'을 총괄했고 황 지사장은 법무실장으로 있으면서 무역보험 약관 등을 담당하고 있었다. 박 대표는 이들을 서울 강남에 있는 유흥주점에서 만나 "모뉴엘을 '글로벌 성장사다리 프로그램'의 회원사로 선정하고 대대적으로 홍보해달라"거나 "단기수출보험 특약사항을 모뉴엘에 유리하게 변경해달라"고 청탁하며 향응을 제공했다.
한편 검찰은 이들과 박 대표를 연결해주고 모뉴엘 사태가 터지기 직전 미국으로 도피한 정모 전 영업총괄부장(48)을 강제송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검찰은 이르면 다음주께 박 대표를 사기 혐의로 추가 기소하고 모뉴엘 관련 수사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최근 6년간 모뉴엘이 수출 실적을 조작하는 수법 등으로 금융기관으로부터 대출받은 돈은 3조2000여억원에 달한다. 모뉴엘이 금융기관에 갚지 못한 6745억원 중 무역보험공사가 보증을 선 규모는 3265억원 수준이다.
이혜영 기자 itsme@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